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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값 역계절진폭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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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석호

농민신문 기고| 2012년  5월  11일
한 석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작년 산지 쌀 가격은 수확기 이후 농가와 산지유통업체의 벼 판매 갈등에 따른 수급상황 이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금년 1월 이후 하향세가 지속되면서 단경기 가격이 수확기보다 하락하는 역계절진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현재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재고량은 전년 동기보다 56%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농협의 재고량은 43.1%, 민간RPC의 재고량은 두배가 많다. 이러한 추세라면 산지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확기 쌀 가격의 급등은 농가의 출하지연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부족 현상 때문이다. 재작년 수확기에 실제 수급보다 생산량이 많다는 통계 오류로 인해 정부는 추가격리를 했고 농민은 출하를 앞당겨 수확기에 시세보다 낮은 값에 벼를 판매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이런 경험 때문에 지난해 농가들은 보상심리로 수확기 출하를 지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2013년 변경될 쌀직불제 목표가격의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올해의 단경기 역계절진폭으로 인한 쌀 가격 불안정성과 관련, 정부의 쌀 정책에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최근 쌀값 하락으로 2013년 목표가격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농가의 불안심리 때문에 올해도 수확기 가격이 실제 수급상황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2013년에 변경될 쌀소득보전직불제의 목표가격에 대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향후 중장기 쌀 가격은 소비량 감소가 생산량 감소보다 커서 산지가격은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현재 설정된 목표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비는 매년 계속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에 농가소득은 매년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농가가 원하는 것은 높은 가격이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일 것이다. 목표가격의 개념을 목표소득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정부가 소비자를 위한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면 농가에게는 경영비를 낮추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가격이 낮아도 경영비가 낮다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최근 단경기 계절진폭과 역계절진폭이 발생하는 쌀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매년 농가와 산지유통업체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수매 또는 재고미 방출로 시장개입을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 불안정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벼 판매를 조합에 위탁하고 가공, 판매 후 농가에 정산하는 수탁거래의 활성화 및 공동계산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이 제도를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기상이변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고, 생산량과 소비량에 대한 공식통계의 신뢰성 회복이 중요하다. 농업통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농업통계 분석 방법론상 현재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쌀 생산량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된 모든 기관의 중장기적 연구투자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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