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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고추의 TRQ 운영 방식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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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우
KREI 논단| 2012년 4월 2일
김 성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2월, KBS의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중국 건고추의 관세할당물량(TRQ)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조금은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방송에 비춰진 수입 고추 상태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중국 산지에서 한국으로 수출될 건고추가 맨바닥에서 삽으로 흙과 함께 자루에 담겨지고 곰팡이가 슬어도 아무런 제재 없이 들여와 유통되는 모습은 필자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TRQ는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인한 생산자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저율관세 수입에 따른 수익차액을 환수하는 제도로, UR협상에서 쌀·보리·고추·마늘 등 주요 농축산물 63개 품목에 대해 시장접근물량을 설정·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운영되는 TRQ는 품목별로 전량 국영무역, 전량 수입권 공매, 국영무역과 수입권 공매 혼합, 국영무역과 실수요자배정 혼합, 수입권 공매와 실수요자배정 혼합 등이다. 이중 건고추는 국영무역과 실수요자배정을 혼합하여 운영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건고추 가격이 평년 수준(5,800원/600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정부에서 수입한 TRQ의 14%는 외화획득용으로 다시 수출하는 ‘실수요자배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 9월, 태풍을 동반한 잦은 비로 수확기 후반에 작황이 크게 망가져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나 감소하였고, 설상가상으로 2011년에는 수확 초기인 7월부터 내린 비로 탄저병이 창궐하여 연속 흉작을 기록하면서 가격은 평년의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국내에 국산 건고추가 부족하여 건고추 가격은 크게 상승하였고 그로 인해 정부는 공급을 늘려 건고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TRQ를 2010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5,677톤으로 늘렸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TRQ를 증량시켰지만 수확기(2011년 8~10월) 이후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소비하는 건고추는 대략 20만 톤이다. 2010년산은 수입을 포함한 공급량이 19만 7천 톤으로 평균 소비량보다 소폭 줄었지만, 가격은 평년 대비 50% 상승하였고, 2011년산은 그보다 조금 적은 19만 5천 톤이지만 가격은 평년 대비 3배 높았다. 수입 증가로 공급은 예년과 비슷하였지만, 국내 생산량이 평년 대비 30% 이상 크게 감소하여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수입으로 인해 공급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국산 건고추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이유는 국산 건고추는 대부분 일반 가구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수입산은 식당이나 김치공장 등 대형 수요처에서 구매하여 수요처가 현저히 차별되기 때문이다. 즉, 국산 건고추 가격은 수입량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건고추의 TRQ 증량은 국산 건고추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품질이 좋은 고추의 수입도 어려울뿐더러 국산과 수입산의 수요처가 분리되어 있어 수입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산 건고추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건고추의 TRQ 운영은 더 이상 가격 안정용이 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존의 국영무역으로 수입되는 건고추의 수요자는 국산을 선호하는 일반 가구 소비자가 아니라 상인들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건고추의 TRQ 운영은 국영무역을 줄이고 실수요자배정으로 최대한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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