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한-미 FTA 비준, 다음은?
4517
기고자 최세균
농민신문 시론 | 2011년 12월 2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과의 FTA가 국회에서 비준됨에 따라 이제 남아있는 몇 가지 절차를 거치게 되면 내년부터 이행에 들어간다. 2007년 한-미 FTA 타결 이후 우리 사회가 이미 수많은 토론과 여론 수렴을 과정을 거치고서도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국회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비준안을 처리하는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농어업인들의 마음은 더욱 편치 않을 것이다. 이제 남아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선대책 후비준’은 칠레와의 FTA 체결 당시부터 우리가 지켜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다. 한-미 FTA 대책은 2007년 협상타결 당시 수립되어 2008년부터 집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4년 여의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미국의 금융위기, 우리나라의 구제역 발생 등 국내외 여건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선대책’의 적정성, 변화된 상황 등을 반영하여 국내대책을 다시 정비해야 할 것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로 되어 있는 국내대책 기간은 미국과의 FTA 이행 기간에 맞춰 연장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보전직불과 폐업보상 등 직접적인 보상제도도 실효성, 품목별 특성 등을 고려하여 조정하는 등 피해 최소화와 경쟁력 제고 대책에 만전을 기할 때이다.

 

  이제 쉼 없이 달려온 FTA 열차에서 내려 한 숨 쉬어갈 때가 되었다. 공세적인 FTA 협상보다 그동안의 성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책을 세우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멕시코의 예를 들어보자. 2004년 3월 일본과 멕시코가 FTA 협상을 타결하자 우리나라는 멕시코와의 FTA 체결이 급선무가 되었다. 멕시코는 인구 1억 1천만 명,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의 큰 시장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수십 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멕시코 시장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FTA 체결 없이는 일본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2003년에 당분간 더 이상의 FTA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중요한 이유는 FTA 효과에 부정적 시각과 국민들의 ‘FTA 피로 증후군’ 때문이었다. 당시 멕시코는 이미 40여 개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의 제안을 거쳐 간신히 멕시코를 FTA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으나 멕시코의 소극적 태도로 2006년 2월에 시작된 협상은 2008년 6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칠레와 FTA 협상을 타결한지 10년 만에 45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한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할 것이다. FTA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기 때문에 협상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불러오기도 하고, 협정에 맞춰 여러 가지 제도를 바꿔야 한다. 경제활동도 바뀐 제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역은 물론 국내 경제활동에도 번거로움이 따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FTA로 인한 이익은 눈에 띄게 증가지 않고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늘어날 경우 국민들은 FTA에 대한 피로감에 빠질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에 온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부분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은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등 현재 진행중인 FTA 타결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요 경제권 가운데 중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정도가 FTA 체결 대상국으로 남게 된다. 이들 국가와의 FTA는 더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다. 우리가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중국, 일본과의 FTA는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의 FTA는 한 숨 고르고 갈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에 이은 미국과의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과의 FTA에 있어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중국, 일본과의 FTA는 시간을 가지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맺은 FTA는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수확시기와 운송의 문제 등으로 과일, 채소 등 신선농산물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의 FTA는 지금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분야에 주로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협상전략과 국내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 불리하게 되었고, 미국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불리한 입장이 되었다. 중국과 일본이 조급해 할수록 시간은 우리 편이 될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