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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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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가 성패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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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기태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1년 10월호
김 기 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숱한 논란 끝에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농협법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후 숨돌릴 틈도 없이 경제사업활성화 계획이 수립되었다. 이제 내년 3월 3개의 법인으로 분리·출범하는 데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협중앙회가 분리되어 경제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면 농협과 농민조합원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수립된 경제사업활성화계획을 일선조합이 얼마나 충실히 실행하느냐가 사업구조개편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규모화, 전문화의 달성은 필수조건

연구결과 일선조합이 산지유통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산지유통에서 농협의 점유율은 42%이지만, 농협이 출하처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또한 읍·면 중심 지역농협 구조에서 판매사업 규모화가 지체되고 있다. 2004년에 판매사업규모가 50억 원 미만인 조합은 27.3%였지만, 2009년에는 그 비율이 29.6%로 증가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이 이런 규모의 영세성과 운영역량 부족으로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은 평균 5억 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다.

그 결과 일선조합은 경제사업을 ‘조합원의 경영지원을 위한 환원사업’ 정도로 인식하여 조합의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에 소극적이었으며, 조합사업과 연계된 정예화된 농가조직을 만들려하기보다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느슨한 사업구조를 운영하는 데 머물러 있었다. 급변하는 농산물유통시장의 변화에 농협의 경제사업시계는 멈춰져 있었다.

따라서 일선조합의 경제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산지유통의 조직화·규모화·전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품목별로 계약생산, 공동선별을 원칙으로하는 강력한 농가출하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둘째, 규모화를 달성하기 위해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시·군단위로 설립하거나 생활권단위의 합병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전문화를 달성하고 시장에서 안정적인 교섭력을 갖기 위해서 광역 혹은 전국단위의 품목연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 속에서 조합원부터 일선조합, 중앙회, 경제지주로 이어지는 농협 계통 내 주체 간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역할분담을 확립해야 한다.

 

지역과 함께하는 맞춤형 경제사업을 운영해야

농협과 조합원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농협과 지역의 관계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따라서 주품목 경제사업을 광역화한 후 조합의 유형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경제사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일선조합은 크게 농촌형 및 도시형 지역농협, 공판장형과 산지광역 및 산지시·군 품목농협, 지역 및 품목축협의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농촌형 지역농협은 농가조직화와 지역밀착을 위한 지역종합센터로서 위상을 명확히 하고, 도시형 지역농협은 먹거리체계를 통해 도시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공판장형 품목농협은 통합네트워크 공판시스템을 도입해서 네덜란드 그리너리 농협을 지향해야 하며, 산지광역 품목농협은 품목별 광역연합과 전국연합의 사업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농촌형 지역농협은 기존의 경제사업과 금융사업 외에 낙후된 농촌지역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의 교육, 문화, 복지, 관광 등에 대한 지역사회 연계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함으로써 지역종합센터로서 지역민 전체의 우호도를 높여야 한다.

 

효과적인 사업체계의 정비에 힘을 모아야

일선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는 일선조합의 힘만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특히 농촌형 지역농협은 농촌의 활력저하와 조합원의 인적역량이 부족하며, 경영의 여유가 없어 더욱 힘들다.

따라서 중앙회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집행하는 사업과 정책들을 일선조합에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효과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래야만 산지유통의 주체로서 농협이 생산부터 유통까지 지원되는 자금을 배분, 관리하는 통합 창구 역할을 통해 농산업 전반을 활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산지의 통합마케팅조직에 농협경제지주가 일정비율 출자를 함으로써 공동투자, 협력운영의 원칙을 확립하고 농가의 공동출하 농산물을 전량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는 농협과 공동으로 지역에 맞는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연차적으로 실행하여 지자체 농정의 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내외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농협부터 경제사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직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순환보직제를 과감히 폐기하는 등 조합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 내부의 조직문화, 각종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특히 사업은 사람이 한다는 말을 명심하고, 조합경제사업을 책임질 임직원,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인력육성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이 어떤 성과를 내는가가 앞으로 농협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 전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일선조합이 먼저 경제사업의 활성화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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