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또 하나의 사회갈등 뇌관, 한·중 FTA
4060
기고자 최세균
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 2011년 6월 3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세청의 종합소득세 자료를 보면 종합소득세 신고자(주로 자영업자) 가운데 상위 20%의 평균소득은 9,000만원인 반면 하위 20%의 평균소득은 200만원에 불과하다. 소득차가 무려 45배에 이른다. 월급쟁이로 불리는 급여소득자들은 상위 20%가 차지하는 소득이 전체의 41%이고, 하위 20%가 차지하는 몫은 8%에 불과하다.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농가소득 상위 20%는 하위 20%보다 11배 이상의 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도·농간 소득 차이를 나타내는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1995년 95%에서 2009년 66%로 격차가 확대되었다. 농촌 내에서도 지역간·작목간 소득 차이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시장개방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도 자본시장 개방과 관련이 있다. 시장개방은 경쟁력이 생사를 가르는 ‘정글의 법칙’ 또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구조를 생산한다. 국제경쟁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이익을 보고, 어느 한 국가 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산업에 이익이 편중된다. 경쟁력이 약한 국가나 산업 또는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시장개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타결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FTA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중요한 교역 대상국 대부분과 FTA를 체결하였거나 협상중이다. 우리나라 4대 교역 대상국인 중국·유럽연합(EU)·일본·미국 가운데 EU 및 미국과의 FTA는 이미 타결되었다. 일본과의 FTA는 우리 농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농업부문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 남은 중요한 협상은 한·중 FTA가 될 것이다.

 

 한·중 FTA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체결한 FTA와는 다른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중국은 우리나라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교역상 운송비와 신선도 유지에 큰 문제가 없고, 농산물의 종류나 수확시기도 차이가 없다. 이는 칠레·미국·EU 등과의 FTA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또한 중국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은 미국이나 EU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결국 다른 나라와의 FTA에 비해 중국과의 FTA가 우리 농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미국·EU 등과의 FTA는 물론 협상을 진행중인 호주·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FTA로 인한 농업부문 피해의 대부분이 축산업에 집중되었음에 반해 중국과의 FTA는 채소(특히 고추·마늘·양파), 과일, 잡곡 등에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가 우리농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계층간·지역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미 FTA의 국회 비준 과정에서 다시 한번 상당한 갈등과 마찰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중국과의 FTA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중국과의 FTA가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안보 측면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 개시는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뒤로 미루는 것이 옳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