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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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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바라본 농어촌지역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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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나영삼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1년 5월호
 나 영 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센터장)

 

최근 포괄보조금 제도 도입을 계기로 통합적 농촌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통합적 농촌개발이란 ‘농어촌지역의 주체들이 해당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제반문제 해결 등을 위해 역내외 자원을 조직화하는 과정’으로 정의되는 모양이다. 공모사업방식의 획일화를 넘어서 지역상황에 기초해 전략을 세우고 이를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지역에 진정한 활력을 불어넣는 소프트웨어, 휴먼웨어에 기반한 개발인가, 계획수립자·실행자·수혜자는 동일한가, 지역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높이는 개발인가, 농촌개발과정이 농업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가, 마치 6차 방정식과 같이 난제들이 얽혀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은 농촌과 농업, 농민을 인위적인 잣대로 구분하고 나누는 일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책설계가 상호 연계되고 통합되어야 하는 이유다.

 

포괄보조금, 통합적 농촌지역개발의 핵심열쇠

중앙주도의 지역개발이 갖는 한계는 지역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고 지역자발성과 다양성, 나아가 통합적 지역개발을 해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도입된 것이 포괄보조금 제도다. 지역상황과 조건에 맞는 자체적인 발전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고민하고 준비한 지역에는 기회요, 희망인 이유다.

포괄보조금에 대한 대체적인 지역의 반응은 ‘혼란’이다. 그간 부처별 공모사업에 익숙해 있는 현장공무원들에게 포괄보조금란 정책환경의 변화는 어렵고 낯설다. 자율성으로 표방되는 포괄보조금의 취지에 비해 사업비 규모가 크지 않은 점도 소극적 대응을 부르는 한 요인이다.

정책전환의 과도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중앙정부의 과도한 정책관리매뉴얼은 근본 취지를 흐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현장에서는 외형만 포괄보조금일 뿐 실제는 또 다른 공모사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 일반농산어촌개발의 경우 기존 공모사업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체계획을 수립, 추진해 중앙정부 및 국책연구기관이 수범사례로 평가받는 지자체가 정작 포괄보조금적용에서는 소외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류의 지역개발사업이 아닌 다수의 마을회사를 육성하겠다든지, 지역활력을 위해 농로 확·포장은 더 이상 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그 재원을 활용하겠다든지 하는 지역의 차별화 전략이 현재의 중앙일괄관리식 평가틀에서는 수용조차 어렵다.

조율이 간단치 않은 중앙부처 간 협조체제 구축은 선결과제다. 지역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그 길을 터주고, 자율성과 창의성이 우수한 준비된 지역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다른 지역으로 그 사례가 전파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제도정착의 지름길일 수 있다.

 

주민이 만드는 실사구시 지역개발전략, 민관협치

통합적인 지역개발전략의 핵심은 계획수립의 주체를 지역주민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정책의 실행자도 수혜자도 지역주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지자체 정책 및 예산수립 과정이 개별부서(기능별 조직)단위로 추진됨으로 인해 주민생활권인 읍·면지역의 소득, 각종 서비스 전달체계, 사회적 일자리 등 종합적인 발전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농촌지역개발계획을 주민의 삶터, 즉 읍·면·동 종합발전계획을 바탕으로 지자체 통합정책의 근간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전북의 한 지자체는 읍·면별 지역발전위원회를 꾸려 10년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포괄보조금 시행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민관이 참여하는 읍·면별 지역발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각종 교육, 토론,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계획수립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읍·면 발전을 담보하는 실질적인 커뮤니티를 조직화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읍·면의 필수적인 해결과제 및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핵심 테마발굴을 지역발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우선순위를 두어 이를 군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농어촌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민관협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를 앞당길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는 행정과 주민을 연계하는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하는 것이다. 행정이 관련 정책과 예산을 수립한다면, 중간지원조직은 이러한 정책을 현장에서 주민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역으로 피드백한다.

정책과 예산을 새로운 관점에서 수립하고, 민관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하는 한편, 읍·면 단위 중장기발전계획수립을 리더와 주민 스스로 만들어 지자체 정책에 반영하는 일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되고 있다. 이를 중앙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배려할 수 있다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칸막이 행정을 넘어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협하는 안팎의 여건이 거대한 쓰나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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