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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에도 ‘다양성 포용 경영’과 ‘광합성 경영’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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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KREI 논단| 2011년 4월 20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경영학회와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2020년 경영 흐름을 읽을 10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는데 그중에 ‘다양성 포용 경영’과 ‘광합성 경영’이라는 용어가 들어 있다. 이 시점에 우리 농업?농촌정책에도 꼭 필요한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성 포용(diversity-embracing) 경영’이란 “단순히 다양성 시대에 적응한다는 차원을 넘어 국적,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포용하고 이를 기업의 전략적 성장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노력”이라고 한다. 다양성 포용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영에도 매우 중요한데, 농정도 마찬가지다. 농정에서 포용의 대상은 여성, 외국인, 고령자일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귀농귀촌자를 더 추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농촌은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운동경기로 치면 주전과 비주전으로 나눌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이다. 농촌의 핵심인력으로 여성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고, 젊은 새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또한 젊은이들을 대신해 농촌을 지키며 노력하는 고령자들을 신뢰하고, 농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귀농귀촌자들에게 이해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들 모두가 농촌의 소중하고 귀중한 구성원이므로 인적자원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직이나 공동체 내에 다양성을 포용하면 역동성이 살아나고, 창조적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여기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 신뢰, 함께하고픈 마음, 배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포용, 아량, 배려 등은 농촌의 기본덕목이었다. 다양화되고 있는 우리 농촌이 서로 이해·협력하고, 또 외형으로 들어나는 차이를 포용함으로써 농촌의 활력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광합성(photosynthesis) 경영’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오염물질을 줄이자는 소극적 의미의 친환경 경영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광합성처럼 이산화탄소를 사람에게 유익한 산소로 바꾸고 조직 내외부에 생명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라고 한다. 햇빛과 이산화탄소는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고, 무한히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우리 농촌에는 햇빛과 같은 자원들이 너무도 많다. 오래된 주택, 빈집, 오솔길, 마을길, 마을 돌담, 시냇물, 뒷동산, 마을 풍습, 마을 예절, 사투리, 논과 밭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자원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자원들을 활용해 마을 자산으로 훌륭히 승화시킨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 농촌은 광합성 경영을 이미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또 하나, 사람에 대한 광합성 경영을 더하고 싶다.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뒤처져 있는 사람들도 훌륭한 인적자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람들을 퇴출하는 것만이 최선으로 여겨왔다. 우리 농촌에는 퇴출할 여력도 또 퇴출될 만한 사람도 없다. 다만 새로운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퇴출이 아닌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새로운 인재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기존 경쟁의 낙오자, 성과평가의 낙오자로 평가되던 사람들을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단지 새로운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내치는 문화’의 수정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들은 조직이나 공동체에 이미 적응되어 있고, 익숙하고, 숙련되어 있는 사람들이기에 빛과 물을 제공해 새로운 인재로 재탄생시킴으로써 공동체와 조직의 안정과 새로운 활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농촌이야말로 이런 다양성 포용과 광합성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농촌은 외부로부터 새로운 동력의 유입이 어렵고, 날로 과소화되고, 고령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외부의 손길만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농촌 스스로 있는 자원을 유효한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폐쇄적이면 활력을 잃는다. 우리 주변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면 우리만의 빛깔을 잃게 된다. 퇴출과 같은 외과수술만을 강조하면 공동체가 무너진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재탄생시킴으로써 농촌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 넣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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