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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농정 키워드’와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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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11년 4월 15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지난해 말부터 우리 농업뿐 아니라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상기후로 인한 배추 파동을 시작으로 물가 불안이 발생해 서민생활이 어렵게 되고,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1,000만마리의 가축이 땅에 묻혀 농업인과 공무원, 소비자 모두가 고통을 겪었다. 최근엔 일본의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와 원전 방사능 유출로 당사국과 주변국은 물론 전 세계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젠 봄비도 방사능 공포로 인해 꺼리게 되고,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어 수산시장에는 훈훈한 봄바람 대신 칼바람이 분다. 농축산물도 꺼림칙한 마음으로 따져 보며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한다. 식량이 부족해 곡물 수출을 금지하던 뉴스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세계가 일본산 농식품 수입을 금지해 세계의 농식품 교역이 혼란스럽기까지하다. 식량안보에 식품안보가 덧칠해져 국방안보만큼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이로 볼 때 당분간 안전(safety), 안보(security), 안정(stabilization)이라는 3안(3安·3S)이 농정의 키워드로 관심 받을 것으로 본다. 가축질병의 통제와 친환경유기농업, 식품안전과 같은 안전한 농식품의 생산환경과 유통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며, 곡물의 안정적인 해외조달을 일컫는 식량안보와 식품안보도 국가 차원에서 중요해질 것이다.

 

 고령화와 이농으로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해진데다 빈발하는 이상기후와 4대강 둔치의 푸성귀 채소 재배 감소 등으로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는 농식품 가격 안정이 소비자를 위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고랭지배추·무 등은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수확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고령화와 농사인력 부족을 메울 수 있는 국내외 농업인력의 안정적 공급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향후 농정에 ‘지속 가능성’이 새삼 강조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국내농업과 해외농업, 축산과 경종간 ‘상생’, 즉 공존공생의 농업으로 가야 한다. 또 기후변화와 질병, 방사능 등에서 보다 자유로운 농사 방법인 시설원예농업과 동물복지형 친환경 축산업이 우리 농업의 추구 방향이 돼야 한다.

 

 안전, 안보, 안정이라는 향후 농정 3대 키워드와 지속 가능성, 상생, 친환경 환경제어형 시설농업의 농정 방향을 볼 때 향후 우리 농정이 특히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축산은 가축 질병에 대응하는 과제들에 집중해야 한다. 가축 면역력을 키우는 유산균·구연산 복합제 이용이나 미생물 발효사료 등을 면밀히 조사 분석해 가축 사료급여와 사육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하고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으로 나가야 한다.

 

 시설원예는 대기오염과 토양오염, 농약, 중금속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생산시기를 조절하며 고령농도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토지절약형 미래농업, 수출농업으로 가야 한다. 최근 해외농업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해외농업개발이 유사시 식량의 안정적 수입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한 세계농업의 지향이라는 점에서 더 필요하다.

 

 우리 자본과 우리 기술, 우리 농업인들이 세계농업을 주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원전 방사능으로 농식품 안전성에 치명적으로 구멍이 난 일본시장과 고급 농산물 소비 폭발이 이어지는 중국시장은 분명 우리의 미래시장이다. 차제에 새만금, 영산강 간척지개발지구 등 규모화된 농지를 농식품 특구로 지정해 확실한 동북아 농식품 수출 허브로 키우도록 하자. 농식품 파이를 키워야 농업인도 혜택을 받고 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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