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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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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선물, 뇌물로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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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현태
KREI 논단| 2011년 3월 16일
박 현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만간 개나리가 필 것이다. 개나리가 피면 우리는 드디어 봄이 왔다고 한다. 개나리에 이어 진달래, 벚꽃, 철쭉으로 이어지면서 봄이 깊어감을 느낀다. 가는 봄이 아쉬워 가족끼리 연인끼리 꽃놀이를 간다. 이처럼 꽃은 항상 우리 곁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꽃은 즐거운 일이 있으면 축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슬픈 일을 당하면 위로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꽃을 재배하는 화훼농가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때문에 꽃생산을 위한 난방비는 30% 정도 더 들었는데 꽃값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 품목에 따라 10~20% 낮게 형성되고 있다. 그만큼 화훼농가의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꽃소비는 대체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는 2, 3월에서 각종 행사가 많은 5월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기가 화훼농가의 한해 경영성과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국가적 재난이라 할 수 있는 구제역 파동, 한파와 폭설 등 기상이변, 국제곡물과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의한 물가불안 등으로 화훼소비가 감소하는 등 화훼시장이 예년 같지 않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화훼농가가 계속해서 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화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월 8일 국무회의에서 ?고위공직자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화훼업계가 발끈하고 있다. 보고내용 중에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를 철저히 시행하겠다는 문안 때문이다.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에 의하면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직무관련자로부터는 3만 원 이상의 선물, 화분 등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공무원이 직무관련성이 없는 상대방과는 언제든지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직무관련자라 하더라도 3만 원 범위 내에서는 허용된다.        

 

행동강령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공직자 간의 과도한 선물은 뇌물이 되어 이권개입이나 특혜의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등 공무원의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구현을 위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행동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매우 상징적이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일반 기업에까지 파급영향이 크다. 문제는 3만 원 이상의 화분이나 꽃다발이 뇌물로 간주되어 화훼류의 소비위축을 가져올 것이란 점이다. 현재 시중에서 난이나 관엽류 1분당 가격은 5만~10만 원이다. 영전한 지인에게 축하화분을 보내고 싶어도 망설이게 되고 이는 결국 화훼농가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였다. 특히 신선농산물 수출을 주도하였고 수출 효자품목으로서 현재 1억 달러 수출시대를 맞고 있다. 타농산물에 비해 수출확대 가능성이 크게 때문에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이 가능하다. 특히 꽃은 1차산업적인 측면보다는 꽃의 여러 기능을 활용하여 다양한 영역으로 산업의 범주를 넓혀나가기가 용이하다. 꽃은 장식을 위한 소재로 쓰이며 식품이나 화장품의 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꽃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아로마 테라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화훼산업이 보다 광의의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꽃의 생활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꽃은 사치품도 뇌물도 아니며 우리 곁에 늘 함께 있어 왔다. 꽃과 더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때 우리의 삶도 더욱 아름답고 풍요해질 것이다. 꽃소비의 저변확대 측면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최근 계획에 대한 보완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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