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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슬레이트 대책과 주민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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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민신문 기고 | 2011년 1월 14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12월 말 환경부가 ‘슬레이트 관리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국비와 지방비 56억원으로 농어촌지역 노후 슬레이트 2,500동 처리를 위한 시범사업을 하고, 2012년부터 2021년까지 5,052억원을 투입해 19만동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석면 슬레이트 처리방법에 대한 연구개발과 위해성에 대한 정보 제공, 처리체계 정비와 관련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노후 슬레이트에 함유된 석면의 비산으로 인한 주민 건강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해묵은 과제이다. 하지만, 슬레이트의 철거ㆍ운반ㆍ매립, 그리고 지붕재 교체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이번 대책은 농어업선진화위원회와 농산어촌 현장애로 해소 및 규제 개선과제 채택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당국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석면 슬레이트는 시멘트에 석면을 혼합한 것으로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내열과 내마모성ㆍ단열성 등의 이점이 있어 건축자재로 널리 이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농어촌지역 초가지붕을 리모델링하는 자재로 널리 사용되어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석면의 위해성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2009년부터는 석면제품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번 대책은 국민건강과 농어촌 경관, 그리고 주거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 석면 슬레이트의 실태를 파악하고 처리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전국에 123만동의 슬레이트건물이 있다고 해 놓고 향후 10년간 19만동에 대한 처리계획만을 제시해 나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든지, 행정안전부가 1동당 840만원씩 지원하던 농가 슬레이트지붕 개량사업비를 이번 대책에서는 220만원의 철거비만 보조하도록 계상한 점에서는 정책의 범위와 실효성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 슬레이트주택 거주자의 대부분이 지붕을 개량할 능력이나 의욕이 없는 영세 고령자들이라는 점에서 대책의 실천 가능성을 높이려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모든 슬레이트건축물을 대상으로 용도와 거주자 형편 등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해 학교나 농협 등 능력이 있는 건물주부터 우선 처리하도록 하고, 영세 고령농에 대해서는 철거비 외에 대체지붕의 시공까지 지원하는 등 유형별 접근이 필요하다.

 

 또 전국에 산재한 슬레이트를 향후 10년 내에라도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처리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석면 슬레이트의 안전한 처리방법과 대체지붕재에 대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여 주민 스스로가 이를 처리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거밀도가 낮은 농어촌지역에서는 새마을사업 방식처럼 정부가 필요한 자재와 기술을 지원하고 마을사람들이 협력해서 슬레이트 없는 마을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세계적인 ‘사랑의 집 짓기 운동’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새마을운동이나 1사1촌운동과 같은 매우 훌륭한 잠재력을 우리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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