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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파동과 농협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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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의식
  한겨레신문 기고| 2010년  10월  19일
황 의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가을은 배추파동으로 온 사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배추값이 폭등하여 서민들이 먹거리를 걱정하게 되었다. 기상이변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계기가 되었겠지만, 그렇더라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한 것은 산지 수집상의 매점매석, 높은 유통비용 등 농산물 유통체계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농협이 배추파동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으면 좋았겠지만 배추 유통에서 농협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배추값 폭등으로 농가가 큰 이익을 보았다면 과거 손실에 대한 보상은 되었으리라 위안이라도 하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농가는 파종 후 거의 밭떼기 거래하는 포전매매로 판매하여 가격이 올라도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다.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모두 상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가격 위험관리라는 경영이 없으니 농가소득을 더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배추를 농가가 가지고 있었다면 파동이 일어났을 때 직거래를 통해 좀더 싼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와 상생하는 길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농협의 역할 강화를 위한 개혁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생산자 조직인 농협이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여 주는 일을 담당하였으면 농가가 포전매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추 유통에서 농협은 없고 산지 수집상의 손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문제다. 이제 농협도 가격 변동의 위험이 큰 농산물의 판매도 담당하는 농협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안전한 신용사업, 농자재사업만이 아니라 시장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고, 위험 분산을 위해 출하 경로를 다양화하는 농협의 판매유통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위험관리의 이익을 농가에 돌려주는 농협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농협은 이러한 예측되지 않은 위험이 있는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여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위험관리에 대한 보상이 없으니 예측된 손실이 나더라도 항상 예측 가능한 사업만 하고자 한다. 농산물 유통은 예측하기 어려운 가격 변동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농협이 농산물 판매유통사업을 어려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생산을 확대한 농가들은 가격 변동 위험에 전면적으로 노출돼 있는데 농협은 안전한 사업만 추구하니 답답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농협의 구조를 바꾸어야만 제대로 된 농산물 유통사업을 할 수 있다. 읍면별로 분산되어 영세하고 신용사업 중심인 농협 구조로는 농가가 요구하는 농산물 판매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순환근무로 시장 변화를 파악하는 전문성이 낮고, 규모화된 농산물을 확보하지 못하여 안정적인 물량공급 능력도 부족하고 물류비용도 많이 든다.

 

 농협이 판매유통사업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조직을 새롭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판매유통사업에 적합한 조직이 아닌 구조로 사업을 확대하다 보니 적자가 발생하고, 농가를 위한 사업을 하다 일으킨 손실인 만큼 정부가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업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좀더 규모화하여 안정적 공급능력과 전문성도 갖추고, 시장가격 변동 위험 대처능력을 갖춘 조직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농협법에 규정되어 있는 조합공동사업법인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군별로 농협을 합병하여 규모화하고, 전문화를 위해 자회사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농협이 현 체제를 고수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농협 조직을 만드는 비전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농협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농협 유통사업에는 농가의 조직화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므로 이를 선도하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배추파동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서 농협이 보이지 않아서는 곤란하다. 해결 주체로 나서는 농협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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