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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촉진 전략과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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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종규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0년 10월호
이 종 규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상무이사)

 

쌀 문제를 크게 나눠 보면 생산과 소비, 재고 문제이다. 이 중에서 적정재고를 유지하고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활동이 수급정책이다. 그동안 쌀 수급정책을 보면 쌀이 모자라던 시대에 ‘증산정책’을 추진하여 자급을 달성한 이후, 쌀이 남아도는 시대로 접어들며 ‘관리정책’으로 전환하였으나 제대로 된 ‘소비정책’은 없었다. 증산을 포기하고 수급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소비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증산정책이 시행되던 시대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쌀 문제는 ‘생산’과 ‘수급’에 관한 것이다. 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들을 볼 때 생산 분야의 문제들은 아직도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반면, 소비문제는 뒷전이다. 수급(需給)은 넓은 의미에서 생산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수급에 있어 소비는 중요한 주제인데도 말이다.

 

소비주체가 누구인가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룬다면 지금과 같은 쌀 재고과잉 문제로 인한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생산과 소비의 균형 유지를 고민하면서 내놓은 대책들 중에 쌀 가공식품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촉진대책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쌀의 소비구조를 들여다보지 않은 재고처분 대책일 뿐이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쌀 소비주체가 누구인지, 쌀 소비 구조가 어떤지 알아야 한다.

쌀 문제에 있어 생산, 소비, 재고 분야 중에서 소비측면에서만 한정하여 볼 때 쌀이 단계별 경제활동을 거쳐 하나의 상품으로서 시장에 공급되면 국민이 ‘주식’으로 소비하는 경우와 기업이 제품생산을 위한 ‘원료’로 소비하는 경우로 나뉜다. 주식용 쌀은 국민이 소비자이며 고품질의 맛 좋은 쌀, 안전한 쌀, 기능성 쌀 등을 선호한다. 반면에 가공용 쌀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경제활동 주체인 기업들이 소비자이며 구매대상 원료가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즉 원료원가가 중요한 구매 포인트이다. 이와 같이 쌀의 소비구조는 소비 목적에 따라 ‘주식용’과 ‘원료용’으로 소비대상이 명확히 구분되며, 소비대상에 따른 소비주체와 그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확실하게 구별된다.

따라서 이제는 생산자 농민과 정부 모두가 소비문제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수요를 소비로 보고 공급을 생산에서 해결하던 관점에서, 생산측면에서 시장수요를 바라보고 공급을 소비시장에 맞게 맞춰나가겠다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증산정책이 시행되던 시대에서 소비를 촉진해야만 하는 시대로 바뀐 만큼 관점의 위치 또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마케팅활동을 펼쳐야 하는 대상은 상품을 생산하는 농민들 자신과 그 상품을 소유한 정부가 당사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가공용 쌀 소비기반 확대 필요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쌀 소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쌀 소비기반을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정립을 해야 한다. 쌀 가공식품산업 측면에서 쌀은 곧 ‘원료’의 개념이고 이 쌀이 원료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소비가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쌀 수요를 창출하고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쌀은 곧 원료라는 등식이 전제조건이 된다.

주식용과 원료용 쌀은 소비구조와 구매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목표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 주식용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1인당 쌀 소비량을 현재 수준으로 억제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매년 감소하는 쌀 소비량을 현재 수준에서 억제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를 찾아 적절한 처방을 가하는 것이 전략이 될 것이다. 반면에 원료용은 소비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식품제조에 사용되는 원료 즉, 재료이다. 산업 활동에서 최우선적으로 선택되는 가치는 이익이다. 따라서 경쟁관계에 있는 여타의 재료인 대체가능한 원료와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

전략 달성을 위해 최소시장접근(MMA)쌀을 전량 가공용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가공용 쌀 소비기반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원료 경쟁구도에서는 산업용으로 소비하는 원료의 구매대상은 수입쌀로 한정되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수입쌀 원료원가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 소비촉진 방향은 우선적으로 수입쌀 소비방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수입쌀을 밀가루와 경쟁 가능하도록 과감하게 지원함으로써 밀가루소비시장을 대체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이로써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쌀은 빠른 시일 내에 전량 가공용으로 소비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쌀 소비기반이 확대됨으로써 국산쌀 소비기반 또한 빠른 시일 안에 조성될 것이다. 최선의 구매력을 갖춘 원료를 조기에 소진시키면 차선의 원료를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쌀 소비촉진은 단순히 쌀을 조금씩 더 먹자는 것이 아니라 서구식 식습관으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식생활 패턴을 우리 체질에 맞게 개량하고 발전시켜 밥 이외에 쌀 가공식품 등으로 소비를 확대시켜 나아가자는 데 있다. 향후 통일을 대비한 식량 확보와 환경에 유익한 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쌀 생산기반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쌀 소비를 촉진하고자 하는 목적은 크게 보면 쌀 생산기반 유지이다. 궁극적으로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1인당 쌀 소비량을 현행 수준에서 억제하고, 쌀 농업과 농민 그리고 쌀 가공식품 산업이 동시에 존속·유지·발전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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