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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머뭇거릴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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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오세익
  국민일보 오피니언| 2010년  6월  28일
오 세 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쌀 조기관세화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조기관세화 반대론자의 주요 논리는 국제 쌀값과 환율이 크게 하락할 경우 외국쌀이 대량 수입될 수 있다는 점과 관세화할 경우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율은 원화 및 달러 가치 등락 등 국내외 경제 여건에 따라 변할 수 있으나 환율 전문가들은 중단기적으로 환율의 급락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DDA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문제는 우리의 협상력에 따라 좌우되며 쌀 조기관세화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쌀 조기관세화 문제는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중단립종) 쌀의 국제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다.

 

세계 쌀 생산량은 연간 4억4000만t, 그중 자포니카 쌀은 5600만t으로 전체 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자포니카 쌀의 국제교역량은 240만∼280만t으로 생산량의 5%에 불과하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중국, 호주, 이집트 등이다. 이와 같이 자포니카 쌀은 교역량도 적고 수출국도 몇 나라 안 되기 때문에 수출국 중 한 나라라도 생산량이 급감하면 국제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자포니카 국제가격이 쟁점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자포니카 쌀의 국제가격은 2006년 상반기까지 t당 500달러 전후이었으나 2008년 7월 1000달러, 2009년 4월에는 1200달러를 넘어섰다. 그 후 쌀값은 1000달러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74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수출국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우선 중국은 세계 자포니카 쌀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거대 쌀 생산국이나 대부분 내수로 소비되어 수출량은 50만t 내외에 불과하다. 미국은 자포니카 쌀 국제교역량의 12%를 점유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자포니카를 주로 재배하나 물이 풍족하지 않고 최근 볏짚소각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돼 생산과 수출 증대가 용이하지 않다.

 

이집트의 쌀 수출시장은 주로 유럽 지역이다. 한때 자포니카 쌀 100만t 가량 수출한 적이 있으나, 나일강 물 부족문제로 쌀 생산에 한계가 있으며, 2008년 국제가격 급등 시 수출을 금지하는 등 국제공급이 불안정하다.

 

여기에서 주목할 나라가 호주이다. 호주는 한때 100만t 이상을 수출하여 세계교역량의 30% 이상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계속된 가뭄으로 2008년에는 불과 2만t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2009년 해갈은 되었지만 이미 쌀 생산기반이 원예작물로 전환되어 과거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최근 아시아계 이민자의 증가로 쌀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오히려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국제 쌀 가격이 2008년 이후 갑자기 폭등한 데는 호주의 쌀 생산 감소가 큰 원인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 정리하면 향후 자포니카 쌀의 국제 교역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따라서 국제 쌀값이 폭락할 염려도 없다. 최악의 경우 국제 쌀 가격이 t당 450달러, 환율이 달러 당 900원으로 떨어질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외국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관세상당치(수입쌀에 부과하는 관세)를 400% 내외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쌀 수입 가능성 희박

 

국내적으로는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말 재고량은 적정수준의 2배 정도인 140만t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쌀협상 결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32만7000t이며, 매년 2만여t씩 늘려야 한다. 관세화로 전환하면 수입량이 늘어나지 않고 현재 수준에서 고정된다.

 

쌀 조기관세화는 농가와 국가를 위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내년부터 쌀 관세화를 시작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금년 9월까지는 통보해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종료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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