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마을공동사업 조직의 법인화 필요
3855
기고자 김정호
KREI 논단| 2010년 6월 24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들어 농촌 마을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정부지원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마을의 영농조직을 대상으로 생산유통지원사업에 의한 시설 지원이 많았으나, 요즘은 마을 공동체 단위로 생활환경 정비와 소득원 개발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4년부터 시작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현재 200여 개 권역에서 주민협의체가 주도하여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농산어촌체험마을사업, 농어촌자원복합산업화지원사업, 농어촌관광휴양단지사업 등도 마을 공동체를 통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작년부터 마을의 논 전체를 하나의 농장으로 육성하기 위한 들녘별경영체육성사업에 착수하였고, 금년 4월에는 이러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농어촌공동체회사 활성화방안’을 수립하였다.

 

  오늘날 농촌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에서 마을 공동체를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도 다양한 형태로 마을공동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며 젊은 인력과 인재를 확보하여 건실한 농촌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마을 공동사업의 실태를 살펴보면 공동이 아닌 개인사업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마을 단위로 지원받아 설치한 시설을 대표자가 독단으로 운영하면서 사유물이 되는 사례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평온했던 마을에 정부 사업으로 공동체가 깨졌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정부가 지원한 공동사업을 부실하게 운영하거나 개인사업화하는 문제는 보조금 정책의 부작용으로 누차 지적되었다. 공동사업은 주인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정책사업 수혜를 위해 이름뿐인 공동체 명의로 사업을 신청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지만, 실패 사례의 대부분은 공동사업의 운영이 미숙하여 개인사업화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성공적인 마을 공동사업의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정부 지원이 계기가 되었기는 하지만, 마을 공동으로 수익사업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의 농업생산과 연계하여 특산품가공이나 농촌관광자원으로 상품화하고, 축제와 체험활동 등을 통해 도시민과 교류하면서 농산물도 직거래하고 있다.

 

둘째는 공동체 의식과 리더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농촌사회의 고령화와 혼주화로 마을 공동체라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지만, 마을이 활성화된 조직에는 주민을 결속하는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존재한다. 셋째는 공동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되도록 농업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 판매사업을 위한 농업회사법인이나 농촌개발사업의 주체(사업자)로서 영농조합법인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마을 공동사업체를 법인화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것은 협업화의 유리성과 법인화의 유리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주민의 인적·물적 자원을 조직화하여 규모경제를 추구할 수 있으며, 개별농가의 생산을 바탕으로 가공·판매 또는 관광농업 등을 연계시켜 범위경제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부대사업에 참여하는 농업인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여 농외소득의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둘째, 법인격을 가짐으로써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며, 대외적인 신용력이 제고되어 금융면이나 시장 교섭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사회적 활동에도 개인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특히 농업법인에 대해서는 세제와 사회보험 등에서 농정상의 혜택이 배려되고 있다.

 

  셋째, 조직경영체는 조합원이나 사원 등의 신규 참여를 통해 경영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농업법인은 중소기업과 같은 고용 계약이나 보수 조건이 적용되므로 다양한 인재의 확보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마을공동사업 조직의 법인화란 마을을 하나의 경영체로 자리매김하고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여 농업경영과 부대사업(애그리 비즈니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농업법인을 설립 운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을 농업법인’은 마을 공동체에 기업적 경영방식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현재 몇 개 마을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마을영농조합의 경험이 농촌지역 활성화의 모델로 전국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