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삐걱거리는 DDA 협상
3232
기고자 송주호
KREI 논단| 2010년 3월 02일
송 주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1년에 출범하여 8년을 끌어온 DDA 협상이 마지막 순간에 삐걱대고 있다. 2008년 7월 타결 직전 마지막 순간에 결렬되었던 DDA 협상은 그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2009년도에는 전반기는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하반기에 협상이 재개되었으나 개도국긴급관세(SSM). 민감품목 등 잔여 쟁점에 대해 주요국들이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여 타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행계획서 작성을 위한 양식표(template)에 대한 논의만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모델리티 4차 수정안에 대한 미국의 불만

2008년 12월에 제시된 농업협상 분야의 모델리티 4차 수정안에 대해 가장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회는 현재의 수정안은 보조금을 실질적으로 감축하도록 큰 부담을 강요하는 반면, 주요국에 대한 농산물 시장접근은 별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현 상태로는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회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미국 협상단은 확실한 실리를 챙기기 위한 양자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논리는 현재의 모델리티 수정안에는 민감품목, 특별품목, SSM 등 각국이 융통성을 발휘할 내용이 너무 많아 DDA 협상에서 각국이 어떤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시장개방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도록 양자협상을 모델리티 협상과 병행해야 DDA가 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개도국들은 미국의 이러한 협상전략이 DDA 협상의 진척을 가로막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WTO 대사로 지난 9월 지명된 마이클 펑크(Michael Punke)는 아직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해 DDA 협상에서 미국은 부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호주도 인도, 중국, 브라질 대표에게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빅(big) 개도국인 이들 나라가 추가적인 양보를 해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어 또한 비판을 받고 있다.

 

초조한 WTO 사무총장과 미국의 떨떠름한 대응

2009년 11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7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DDA 협상을 2010년 내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10년 1/4분기에 통상장관급 중간 점검회의(stock-taking)를 개최해서 협상진전사항을 평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금년 1월, 2월의 협상에서 별 진척이 없자 2월 22일 파스칼 라미 WTO총장은 3월의 중간점검회의는 각료급회담으로 열릴 만큼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고위급회의로 수준을 낮춘다고 발표하였다. 그 대신 라미 총장은 6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담에 앞서 4월이나 5월에 각료급회의를 개최하여 DDA 협상을 연내 종결시킬 방안을 강구해 보자고 제안하였으나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의 다보스 포럼에서도 미국의 DDA협상 종료의지 결여에 대한 각국의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향후 전망

결국 2010년까지 DDA 협상 타결이라는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경제가 아직 불안하여 각국이 자국의 경제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고, 미국의 입장변화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도국들도 현재까지 모델리티 협상에서 얻은 특별대우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추가적인 양보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고착상태를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농업분야 시장개방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 진입 목전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협상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