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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농업으로 시장개방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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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오세익
중앙일보 칼럼| 2010년  2월  26일
오 세 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우리 농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머지않아 도하개발어젠다(DDA),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국산 농산물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10년쯤 후 한국 농업은 절망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 농업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첨단 과학을 활용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전천후 식물공장이 늘어나고 있고, 빌딩형 수직농업이 10년 이내에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업은 식품의 범주에서 벗어나 의약품, 기능성 물질, 에너지 및 공산품의 소재를 생산하는 고기능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도 가격보다는 품질, 안전성, 웰빙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이 비싸면 안 샀지만, 지금은 가격이 비싸도 그 상품이 주는 효용이 더 크면 구매한다. 경쟁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소비자의 소비패턴도 마찬가지다.

 

농업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우 1등급육 출현 비율은 2009년에 54%로 200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선진 농가의 경우에는 90%를 상회한다. 1∼2년밖에 키우지 못하는 도라지를 10년 이상 장기 재배해 약재로 이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첨단 기술과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 농업인들이 중추를 담당할 때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선진국과 대등해지거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주변 수출시장이 커지는 것도 우리 농업에는 호재다. 우리는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6%를 점유하고 있고, 대(對)중국 수출도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고소득자들은 한국의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출 잠재력이 크다. 신흥 경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시장도 열려 있다. 녹색성장 기술을 선점하게 되면 바이오매스 자원화 플랜트도 수출할 수 있다.

 

우리 농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는 실제 사례는 많다. 전체 농가의 평균 소득은 도시근로자의 70%도 안 되지만 40세 이하 농가의 평균 소득은 도시근로자를 능가한다. 이들 중 연간 소득 1억원 이상인 농가도 1만 명에 육박한다. 이런 선진 농가가 주변 농가를 조직화해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나간다면 우리 농업의 발전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냥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농업인, 학계, 산업계 등 모든 분야가 혼연일체가 돼 힘을 합쳐야 한다. 젊은 농업인을 첨단 기술과 경영 마인드로 무장시켜야 한다. 도시의 귀농인을 유능한 농업인으로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첨단 기술을 키워내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IT, BT, NT 등 최첨단 기술을 농업에 융·복합시키는 일은 필수적이다. 농업인의 정신자세가 제일 중요하다. 지나치게 정부 의존적인 마인드와 패배의식을 버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립의지를 가져야 한다. 긍정적 사고와 도전 정신은 성공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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