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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신경분리로 전문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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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의식
 아주경제 칼럼 | 2009년 12월 23일
 황 의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2월 15일, 정부는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위한 농협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오랫동안 농협 개혁에 관여해 온 입장에서 신경분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농협중앙회는 서로 이질적인 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사업, 농가를 위한 경제사업, 일선조합을 위한 지도지원사업, 상호금융특별회계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각각의 사업은 고객도 다르고, 필요한 사업전략도 차이가 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사업을 통합 경영하다보니 사업별로 전문화되지 못하고 있다. 어제까지 쾌적한 은행점포에서 일하던 사람이 오늘은 잠바를 입고 농산물을 파는 전혀 새로운 일을 하는 실정이다. 얼마나 전문성이 있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겠는가. 또 경영전략회의 석상에서도 은행사업을 논의하다가, 갑자기 주제를 바꾸어 경제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도 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의사결정구조로 얼마나 전문화되고 심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사업을 함께 경영하면 사업간 시너지효과로 이익을 얻는 면도 있겠지만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전문성만 떨어진다. 득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아 진다. 다른 경쟁업체는 하루가 다르게 전문화하고 있는데 농협은 가만히 있으니 농협의 경쟁력이 있겠는가. 성과가 나쁘면 내 사업이 아니라 다른 사업 때문이라고 탓하게 된다. 무사안일을 가져온다.

농협의 전문성이 떨어지자 당장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는 해외투자를 잘못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농협의 신용사업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업계 2위의 우수한 은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옛날 말이 됐다. 경쟁력이 아주 낮은 4위 수준도 지키기 어렵다. 올해 경영성과는 자산규모가 더 작고, 특수은행인 기업은행보다 못 하다.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경제사업은 또 어떤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는 하루가 다르게 규모확대를 하고, 매일매일 혁신하고 있다. 농협은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거래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변화 탓만 하고 있다. 조합원 농가를 위한 사업을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쯤되면 조합원 농가들이 농협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영세소농인 조합원 농가에게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더 좋다며 신경분리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일선조합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과 사업을 전문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재원조달 방안이 무엇인가는 사업을 전문화해 성과를 높이는 데 하등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원활히 조달할 것인가를 별도로 강구하면 된다. 반대할 근거가 아니다. 사업간 시너지효과가 더 크지 않다면 하루라도 빨리 신경분리를 하는 것이 옳다.농협이 조합원 농가를 위한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전문화하자는 것이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사업분리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에 따라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가장 적합한 사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인력의 전문성도 강화되어 농협 역량을 높일 수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조합원 농가들이 농협에 요구하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다. 과거 성공한 모습이라고 현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가는 그 희생물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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