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비용 절감을 위한 규모화·조직화
3884
기고자 김정호
농민신문 기고| 2009년 12월 8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분석에 의하면, 금년 3/4분기 농가교역조건(패리티 지수)은 83.0으로 전분기보다 2.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교역조건이란 농가의 판매가격 지수를 구입가격 지수로 나눈 값인데, 지수가 작을수록 농업경영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지수의 연평균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초에는 95 이상을 나타냈으나 그 후 점점 하락하여 작년에는 86을 기록하였다.

 

  농업경영의 수지 분석은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에서도 발표하고 있는데, 호당 농업소득은 2004년에 1200만원까지 증가했다가 그 후 정체 내지 감소하여 2008년에는 965만원으로 감소하였다. 소득은 조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금액으로, 최근의 특징을 보면 조수입은 완만하게 증가하는데 비해 경영비가 빠르게 증가함으로써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작년부터 사료, 비료, 농약 등 농자재 가격이 오르고 노임도 크게 상승하였다.

  개방화 진전으로 농업경영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는 추세이다. 열린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즉시 수입이 이루어져 수입 농산물 가격이 국내 가격의 천정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농산물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농비가 상승하는 만큼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조수입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비용 절감의 방법으로는 동일한 사업규모에서 가동률을 높이는 방법과 사업규모를 확대하면서 규모경제(scale economy)나 범위경제(scope economy)를 추구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전자는 같은 양을 생산하지만 저투입, 생력화 신기술을 채용하여 원가를 줄이는 전략이며, 후자는 시설 장비를 확충하여 생산량을 늘리면서 여기에 투하된 고정비용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또, 동일한 시설 장비로 여러 품목을 생산하게 되면 규모경제와 함께 범위경제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은 별개의 전략이 아니라 농업경영의 성장을 위한 발전 단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공한 시설원예 농가나 축산 농가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일차적으로 재배(사육) 기술을 개선하여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을 올리고 자본을 축적하여 단계적으로 시설 장비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규모 확대는 농업경영의 성장을 위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것이다.

 

  또, 규모화는 개별농가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방법과 여러 농가가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나아가 규모화된 농가가 조직화를 통해 더 큰 규모경제를 실현하게 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가족농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농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원료 농산물의 생산만으로는 농가소득 증대에 한계가 있으므로, 저장,가공,유통을 연계한 부가가치 창출이 긴요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 농식품부가 추진중인 품목별 대표조직 육성의 의미가 크다.

  농업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마다 우리 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럴 때마다 농업경제학자로서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 상품 경쟁력의 기본인데”라고 되뇌이곤 하였다. 이제 생산?유통 비용 절감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실천해 나가면서 세계 최고의 고품질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