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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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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편리한 농산물의 시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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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용선
KREI 논단| 2009년 12월 2일
이 용 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장철을 맞아 어느 편의점이 절임배추 판매를 개시하였다. 편의점이 독신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리한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을 파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김장을 담그려는 주부에게 ‘편리한 김장 서비스’를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와 같은 대형소매점은 편의점보다 ‘편리’한 상품들을 더 많이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대형매장의 상당부분을 메우고 있던 농산물 원물과 일반가공식품 매대는 줄어드는 대신 신선편이농산물이나 조리식품 매대가 늘어나고 있다.

 

  신선편이농산물이란 겉껍질, 씨앗부분 등 먹지 않는 부분을 없애고 살균, 세척하여 조리하거나 먹기 좋도록 위생적으로 손질하여 포장한 농산물을 말한다. 즉 신선하면서도 이용하기 편리한 농산물이다. 소매매장에서 깍지붙은 콩나물, 통마늘, 흙당근이 보기 어려워졌으며 손질이 힘들고 구입빈도가 낮은 더덕, 밤, 생강, 연근, 우엉 등도 깨끗이 손질된 상태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세척콩나물, 깐마늘,저민마늘과 같이 세척○○, 깐○○, 편이○○ 등의 이름을 가진 것이 신선편이농산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보다 정확히는 위생적 손질과 포장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소비용으로 선호되는 신선편이농산물에는 샐러드와 쌈채가 많다. 특히 외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쌈채의 인기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식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신선편이농산물 시장이 형성되고 확대되는 추세다. 소득 증가로 외식소비가 급증하였고 이는 패스트푸드체인을 비롯한 기업형 외식업태를 발전시켰다. 기업형 외식업태의 성장은 신선편이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였고 이는 생산,공급업체의 설립과 성장으로 이어졌다. 단체급식이 증가함에 따라 위탁급식업체가 등장하였으며 이들은 식자재유통업체로 성장하였다. 최근에는 가정에서도 대형소매점을 중심으로 신선편이농산물 구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미국의 신선편이농산물 판매액은 2007년 기준 155억 달러(약 14조원)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신선편이농산물 판매액이 연 10%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 기간 신선편이농산물 판매액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커서 신선편이농산물 수요가 소득에 대해 탄력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선편이농산물 판매액은 2006년 기준 2,000∼3,000억 엔(약 2~3조 원)으로 추정되며, 신선편이채소 이용량은 약 60만 톤으로 채소 이용량의 5%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 불황이 시작되기 전까지 신선편이업체의 설립이 활발하였으며,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된 2003년과 2006년 사이에 신선편이채소 이용량이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신선편이농산물 시장의 규모는 식품산업의 구매액 기준 6천 내지 7천 억원이며 농산물의 3∼4%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외식업의 취급 규모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식품제조업, 식품소매업 순이다. 우리나라의 신선편이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향후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외식가공업의 임금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외식체인점의 확대와 현대적 시설의 유통매장 증가 등 식품산업의 변화와 가구원수의 감소 또는 독신가구의 증가, 맞벌이 증가 등의 인구사회적 요인에 의해서도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상의 증가 정도가 균형을 이루는가가 문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외식업체와 일반소비자들은 향후 신선편이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응답한 반면 생산,공급업체는 사업을 급속히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어 수급상 괴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생산.공급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소매업체의 절반은 신선편이농산물 취급을 1∼2년내 크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하여 2006년 이후 정부의 위생기준과 관리가 엄격해짐에 따라 위축되었던 가정소비용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팽창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편이농산물 시장은 아직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시장은 시장구조의 불완전경쟁적 특성, 정보의 불완전성(비대칭성), 인프라가 미비된 유치산업적 특성으로 인해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있다. 신선편이농산물 시장에서 구매자인 기업형외식업체, 대형식자재업체, 대형소매업체 등이  공급자에 비해 교섭력이 우월한 입장에 있다. 신선편이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해 소비자는 믿지 못하고 제품 간 품질이나 안전성의 차이가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다(즉석섭취용이라 할지라도 소비자가구의 10%만이 그대로 이용하고 대부분은 다시 씻어먹는다).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농업과 외식업이나 식품제조업과의 공급망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어 효율성이 제고되는 등 산업연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편이농산물이 청소년층,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계층, 독신 가구의 신선한 채소,과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건강 증진이나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신선편이농산물을 정부의 식품정책 또는 보건복지정책의 대상으로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신선편이농산물 시장이 소비자를 만족시킴으로써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확실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본적인 표준규격 및 표시기준의 제정, 관련 통계 정보 제공, 처리 수준과 용도를 감안한 현실적인 안전성 관리기준의 제정과 집행, 신선도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및 시설 지원, 농산물에 준한 부가가치세의 감면 등 기초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신선편이농산물 시장은 품목이나 상품의 용도?유형에 따라 특성이 매우 다르고 시장규모도 아직 작을 수 있으므로, 생산,공급업체는 사업위험을 고려하면서 목표시장을 확장하는 등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구나 업무용 수요처에 따라 중시하는 상품 특성이 다르므로 이에 적합한 상품을 공급하고 마케팅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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