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한·EU FTA와 농업
4242
기고자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 2009년10월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의 대EU(유럽연합) 교역 규모는 984억 달러(2008년)로 수출 584억 달러, 수입 400억 달러이다. EU와의 교역 규모는 미국과의 교역 847억 달러(수출 464억 달러, 수입 383억 달러)보다 16.2%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EU 무역수지 흑자는 184억 달러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80억 달러는 물론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145억 달러보다 많다. EU가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 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민감품목 개방수준 한·미보다 낮아


 


이러한 거대 경제권 EU와의 FTA 타결을 계기로 농업계는 다시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농업계의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는 한·EU 교역 규모로 볼 때 한·미 FTA에 버금가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농업인들은 농산물의 개방 수준과 국내대책에 대하여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협상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부와 국회 또는 농민단체 보고 자료 등을 종합하면, 농산물 분야 시장개방은 전체적으로 한·미 FTA와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농산물 수출을 놓고 미국과 경쟁해야 할 EU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불리한 조건의 협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개방 수준이 한·미 FTA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면, 농산물 가운데 수입 증가와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돼지고기의 경우 냉동 삼겹살의 관세철폐 기간이 10년으로 한·미 FTA보다 길게 설정되었다. 그 밖에 고추, 마늘, 양파 등 주요 양념채소를 현행관세 유지(관세감축 없음)로 가지고 간 것도 미국과의 협상보다 유리하게 협상을 매듭지은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가장 중요한 협상 분야였던 축산부문 가운데 쇠고기의 관세철폐 기간은 15년으로 한·미 FTA와 같고, 닭고기는 관세철폐 기간이 한·미 FTA보다 1년 연장된 13년이다. 낙농품 가운데 수입량이 많은 분유와 연유는 현행관세가 유지되는 대신 관세할당(TRQ)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치즈는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되 TRQ가 제공된다. 결국 축산물 분야의 개방 수준은 전체적으로 한·미 FTA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부정적 영향, 한·미의 30% 수준


 


한·EU FTA 협상이 우리 농업에 영향을 미칠 분야는 주로 축산업과 과수산업으로 예상된다. 과일의 경우 일부 품목에 대하여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EU는 넓은 지역과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열대성 과일과 온대성 과일이 생산된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과일 수출량이 많은 국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병해충 문제로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과일은 많지 않고, EU의 사과, 배 등 주요 온대성 과일은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FTA로 발생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과 채소류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한·미 FTA로 인한 영향의 30% 수준 정도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FTA는 곡물, 축산, 과일 등 다양한 부문에서 우리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EU와의 FTA가 미치는 영향은 축산물 등 일부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경우 이행이 완료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1조 원 정도의 생산액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전망된다. 그러나 한·미 FTA와 한·EU FTA가 동시에 발효될 경우 미국과 EU의 상호 경쟁에 의해 각각의 FTA 영향을 평가한 것보다 피해의 합은 감소할 것이다. 대EU 교역 규모는 미국과의 교역보다 크지만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응 방법에 따라 영향은 달라져


 


부정적 영향은 정부와 생산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대책으로 20조 4천억 원 규모의 투융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축산분야에 직접적으로 지원될 투융자 규모는 4조 7천억 원에 달한다. 그 밖에 피해보전 직접지불제도와 폐업지원 등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한·미 FTA 대책 이외에 정부는 EU와의 FTA에 따른 추가적인 대책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예방적,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FTA 이행 이전에라도 집행되어야 한다.


 


미국, EU 등 거대 경제권 국가와의 FTA 이외에 우리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등 축산업 강국과도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 등 남미의 농산물 수출과도 협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주요 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은 1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개방에 대응할 준비 기간은 주어진 셈이다. 농업계는 시장개방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쟁력 향상과 농업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여야 한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위기를 우리나라 농업 발전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생산자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