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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미 유통을 정착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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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농수축산신문 기고| 2009년 10월 19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계청에서 금년 쌀 예상 생산량이 468만2000톤으로 발표되었다. 양곡년도 말인 내년 10월까지 쌀 소비량이 437만 톤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약 31만 톤의 공급 초과가 전망된다. 쌀이 남는다고 하니 산지 쌀값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농업인들은 걱정이 많다.

 

이를 예상하여 정부는 쌀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 8월에 민간이 보유하고 있던 지난해 산 쌀 10만 톤을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시켰으며, 또 올 수확기에는 평년작보다 많이 생산된 물량인 약 11만 톤 내외를 11월 중에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이렇게 시장에서 격리되는 물량은 내년도 단경기에 쌀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방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 의지가 단호하게 느껴진다.

 

통상적으로 산지 쌀값은 수확기에 다소 하락했다가 단경기에는 오르는 법인데, 지난해에는 수확기 쌀값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단경기까지 하락하는 역계절진폭을 나타냈다. 그래서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포함한 산지유통업체들이 적자를 보기도 했는데, 또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산지 쌀값은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산지농협의 벼 매입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정도로 지속된다면 내년 단경기 쌀값은 수확기보다 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즈음에 쌀 공급 과잉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쌀 생산량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쌀 소비 촉진이 근본적인 정책 방향이다. 청소년기부터 쌀밥 문화에 친숙하도록 교육시키고, 쌀가공 식품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완전미 중심의 쌀 유통구조를 정착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금간쌀, 미숙립, 싸래기, 유색미 등을 배제한 완전미 중심의 쌀 유통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시장 공급량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우리 쌀의 품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유통되는 쌀에 포함된 미숙립이나 싸래기 등의 함량은 5~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민간부문 총 매입량 265만 톤(2008년산 기준)에 대하여 완전미 유통구조가 정착되면 쌀 시장에서 15만 톤 내외의 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싸래기 등을 가공용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몇 해 전 가을에 일본에 출장하여 일부러 미야기현의 어느 시골 여관에 묵은 적이 있다. 여관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히토메보레(첫 눈에 반한)라는 햅쌀 완전미로 밥을 지었다고 자랑하였다. 밥알이 한 톨 한 톨씩 윤기가 나고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추가로 부탁하여 반 공기를 더 먹은 기억이 난다.

 

완전미로 밥을 지으면 영양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밥 색깔도 탐스러운 하얀색이 되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맛있는 밥이 된다. 요즈음 일부 브랜드 쌀이 완전미로 시판되고 있는데, 미숙립이나 싸래기 등을 골라낸 만큼 값이 비싸서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고품질 쌀 시대를 향해 완전미 유통을 정착시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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