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칼럼| 2009년  10월  12일
	김 배 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나주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나주배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나주배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와 비교해서 당도가 높고, 살이 연하고, 즙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주지역에서 이렇게 맛있는 배가 생산될 수 있는 것은 배가 성장하기에 적합한 기상여건과 유기질이 많고, 배수가 양호한 영산강 유역의 양질의 토양여건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주지역은 배의 주산지로 부동의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나주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과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은 서울 여의도(295ha)의 58배인 1만7천ha로 이중 나주를 포함한 전남지역의 비중이 약 25%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배 생산량은 약 43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15kg상자로 환산할 때 약 2천900만 상자에 해당되는 분량이다.

올해 배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6% 감소하였고, 태풍 피해 한번 없이 기상여건이 양호하였으나 작황은 작년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생산량은 작년보다 8% 감소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량이 감소하여 올 연말 배가격은 작년이나 평년보다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 변화추이를 보면 2003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값싼 외국산 수입에 따른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맛있는 배의 재배면적이 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지속적인 면적감소는 주산지인 경기도 안성, 평택지역, 충청도 천안, 아산지역 등의 도시개발에 따른 폐원과 최근 연이은 풍작으로 가격이 하락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지역별로 도시확대와 지역개발에 따른 폐원이 보다 가속될 것으로 보여 재배면적도 보다 빠르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전남지역의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은 연이은 풍작으로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이맘 때 이례적으로 좋았던 작황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하여 배 1만t을 산지폐기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이 연이은 풍작에 따른 가격하락이 그 동안 꾸준한 재배면적을 유지해오던 나주지역에 재배면적 축소라는 구조조정의 바람을 불게한 요인이 된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배 시장은 식물방역법상 유해병해충 검역조건에 의해 외국산 수입이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 배 시장은 외국산에 의한 큰 충격없이 대체로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재배면적의 감소에 따른 공급부문 차질에 의해 수급불균형 요인이 발생되고 있어 향후 만성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상승 현상이 올해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올해 평년에 비해 작황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적감소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 재배면적 감소에 대해 도시확대나 지역개발 수요증대에 따른 면적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작황호조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였다고 면적까지 줄이는 구조조정이 과연 적절한 대응인가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면적감소로 공급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상여건에 종속적인 일시적인 작황호조에 언제까지 공급을 의존할 수는 없다. 요즘같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이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상여건이 항상 좋을 것으로 기대하기란 어렵다. 또한 배는 신규식재해서 수확하기 까지 최소 3∼5년의 장시간이 걸리는 영년생 작물로 한번 베어 없애버린 상태에서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면적 축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나주배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과 인지도는 절대적이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일정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지속적인 면적 감소는 오히려 나주배 산업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의 배 생산기반을 유지·확대하는데는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 지역의 배산업에 대한 인식과 전망을 공유하고, 산업발전을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적 로드맵이 설정되어야 한다. 한국대표 나주배가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기회로 활용해서 국내 생산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