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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농사에 시름 없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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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9년 9월호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 가을걷이 농사는 대체로 풍년이 될 것 같다. 날씨가 반농사라고 6월 하순부터 비가 많이 내려주고 8월 초부터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쬔데다 9월에는 불청객 태풍도 오지 않아 그 어느 해보다 날씨 덕을 많이 보았다. 볕이 좋은 초가을 날씨는 우리나라 전체로 따져서 하루에 벼를 대략 1만 톤이나 더 생산하게 한다고 하니 자연의 힘에 감사할 뿐이다.

 

그런데 풍작에 돈까지 잘 벌어주는 것만은 아닌 것이 요즈음 농사이다. 영농비는 같이 드는데 대풍일수록 농산물 값이 받쳐주지 않아 수익성이 하락하여 풍년에 배곯는다는 '풍년기근'이라는 용어가 아직 건재하다.

 

쌀, 과일, 채소 대부분이 풍작 예상

 

금년 벼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1.2% 감소한 92만 4천ha로 확정되었는데, 이 면적에 평년작을 가정하더라도 총 465만톤 정도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식량용으로 약 370만톤을 소비하므로, 소비량의 두 달 반 분량이 재고로 남을 전망이다. 소비자는 양질의 쌀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겠지만, 농업인들은 재고 누적으로 쌀값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많다.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도 풍작으로 보인다. 사과는 성목면적이 늘고 착과량이 많아 생산량은 작년보다 7% 증가한 50만톤 수준으로 전망된다. 배는 성목면적이 작년보다 8% 감소했지만 단수가 늘어 생산량은 평년보다 4% 적은 44만톤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올 해는 추석이 전년보다 보름 정도 늦어짐에 따라 조생종 사과와 배 출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당도가 높고 상품성 좋은 과일 가격이 평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김치 재료인 채소도 대체로 평년보다 좋은 작황이 예상된다. 추석 시기의 수급 상황을 보면, 배추는 9월 상순에 저온과 일교차로 고랭지배추의 생육이 부진하였으나, 중·하순 이후 회복되면서 출하량이 늘어나 가격은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무도 작황이 좋고 출하량이 점점 증가하면서 추석시기 가격은 평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양념채소인 마늘과 양파는 저장량이 많아 가격 약세가 예상되나, 건고추와 대파는 생산량 감소로 평년보다 가격이 20%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장 채소류는 예측하기에 조금 이른데, 현재까지의 재배의향 면적은 평년보다 다소 많은 수준이며, 중산간 지역에서 가을 가뭄으로 작황이 다소 부진하지만 가격은 평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승으로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도 채소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풍년기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올해도 주요 농산물의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작년보다는 덜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작년 가을에 산지 폐기를 경험한 배, 배추, 대파 등은 어느 정도 생산이 조절된 상태이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시장개방으로 인한 공급 과잉의 우려는 늘 상존하고 있다. 품목별 주산지마다 대체작물을 찾기 어려워 조금이라도 돈이 되는 작물에 대해서는 경쟁적인 조기출하의 출혈경쟁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도 따라주면 좋은데, 아직까지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농산물은 대부분 생활필수품으로 소비량이 대체로 일정하기 때문에 공급량 변동이 곧바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저장이 어려운 신선채소는 가격 등락이 심할 수밖에 없다. 가격 등락이 심하면 농업경영자는 투기적 생산에 치우치기 쉬우며, 주부들도 계획적인 가계소비가 불가능하여 소비를 줄이게 되므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농산물의 수요에 맞추어 적절한 공급 조절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출하량을 조절하는 것과 중기적으로 생산 규모를 조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농업인들은 품목별 조직을 결성하여 공동브랜드와 공동출하를 통해 시장교섭력을 높여나가고, 농협의 계약재배나 출하약정사업에 참여하여 출하량을 조절하도록 하며, 관습적으로 농사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예견하면서 영농계획을 수립하고 생산 규모와 출하량을 조절하는 합리적인 농업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농업관측 강화와 조기예보시스템 필요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정부와 농협의 역할도 중요하다. 먼저, 정부는 농업인들의 적정 생산과 합리적인 출하를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농업관측 기능을 강화하고, 가격 급락시에 위험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과 소득의 안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출하 조절이나 유통명령제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으로 실시하고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수매·비축사업, 농협의 계약재배사업 등도 확충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 계약재배는 전체 물량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므로,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대상 품목과 물량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연구원은 농업관측 전담기관으로서 매월 품목별로 수급 동향과 가격 예측을 발표하고 있으며, 금년 하반기부터는 생산 조절을 위한 중기선행관측과 소비의향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농업관측정보가 농업인에 널리 활용되어 풍년에도 가격 걱정없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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