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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농사는 풍년, 가격도 만족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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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한국경제 기고| 2009년 9월 25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 가을걷이 농사는 대체로 풍년이 될 것 같다. 날씨가 반농사라고 6월 하순부터 비가 많이 내려주고 8월초부터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쬔데다 9월에는 불청객 태풍도 오지 않아 그 어느 해보다 날씨 덕을 많이 봤다. 볕이 좋은 초가을 날씨는 우리나라 전체로 따져서 하루에 벼를 대략 1만t이나 더 생산하게 한다고 하니 자연의 힘에 감사할 뿐이다.

 

그런데 풍작이 돈까지 잘 벌어주는 것만은 아닌 것이 고금동서의 일반적 현상이다. 오히려 풍년에 배곯는다고, 영농비는 같이 드는데 대풍일수록 농산물 값이 받쳐주지 않아 수익성이 하락하는 것이 요즈음 세태이다.

 

금년 벼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1.2% 감소한 92만4000ha로 확정됐다. 이 면적에 평년작을 가정하더라도 총 465만t 정도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이 연간 식량용으로 약 370만t을 소비하므로 소비량의 두 달 반 분량이 재고로 남을 전망이다. 소비자는 양질의 쌀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겠지만, 농업인들은 재고 누적으로 쌀값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많다.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도 풍작으로 보인다. 사과는 성목면적이 늘고 착과량이 많아 생산량은 작년보다 7% 증가한 50만t 수준으로 전망된다. 배는 성목면적이 작년보다 8% 감소했지만 단수가 늘어 생산량은 평년보다 4% 적은 44만t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올 해는 추석이 전년보다 보름 정도 늦어짐에 따라 조생종 사과와 배 출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도가 높고 상품성 좋은 과일 가격이 평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김치 재료인 채소도 대체로 평년보다 좋은 작황이 예상된다. 추석 시기의 수급 상황을 전망하면 배추는 9월 상순에 저온과 일교차로 고랭지배추의 생육이 부진했으나, 중ㆍ하순 이후 회복되면서 출하량이 늘어나 가격은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무도 출하량 증가로 추석시기 가격은 평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양념채소인 마늘과 양파는 저장량이 많아 가격 약세가 예상되나 건고추와 대파는 생산량 감소로 평년보다 20%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김장 채소류는 예측하기에 조금 이르지만 현재까지의 재배의향면적은 작년보다 적은 수준이다. 더욱이 중산간 지역에는 가을 가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작황 부진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환율 상승으로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도 채소류 가격 상승에 작용하고 있다.

 

농산물은 대부분 생활필수품으로 소비량이 대체로 일정하기 때문에 공급량 변동이 곧바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저장이 어려운 신선채소는 가격 등락이 심할 수밖에 없다. 가격 등락이 심하면 농업경영자는 투기적 생산에 치우치기 쉬우며 주부들도 계획적인 가계소비가 불가능해 소비를 줄이게 되므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농산물은 수요에 맞춘 적절한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출하량을 조절하는 것과 중기적으로 생산 규모를 조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품목별 조직을 결성해 시장교섭력을 높여나가고 농협의 계약재배나 출하약정사업에 참여해 출하량을 조절하도록 하며 관습적으로 농사짓는 것이 아니라 출하시의 시장 상황을 예견하며 생산 규모를 조절하는 합리적인 농업경영자가 돼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사업을 통해 매월 품목별로 수급 동향과 가격 예측을 발표하고 있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생산 조절을 위한 중기선행관측과 소비의향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농업관측정보가 농업인에 널리 활용되어 풍년에도 가격 걱정없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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