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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촉진과 출산 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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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오피니언| 2009년 8월
김 성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제대로 실감하는 일이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60~70년대 쌀이 부족하고 인구가 넘쳐나서 국가가 '혼·분식 장려'와 '산아제한'을 했던 것이 최근에는 '쌀 소비 촉진'과  '출산 장려'로 180도 변화한 사례를 들 수 있다.

 

겉도는 출산 장려 정책

 

과거에 학교에서 매일 도시락을 검사받고, 맬서스(T. R. Malthus)의 인구론에 대한 시험 문제를 풀던 필자에게 이 두 가지 운동의 지향점이 정반대로 변화한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현재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쌀 소비 촉진과 관련해서는 주무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가 2012년까지 가공용 쌀 사용 비중을 생산량의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한 바와 같이 주로 쌀 가공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고, 출산 장려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지자체가 불임 지원과 출산장려금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필자가 굳이 농업과 관련이 없는 출산 장려 정책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쌀 소비 촉진 정책보다 먼저 실시되고 있음에도 정책 효과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정책이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인구가 정체 상태로 돌아선 다음 지속적인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꽤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부부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아기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을 정책 담당자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출산 후 육아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다가오고, 자녀를 키우는 동안 들어가는 각종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현실 앞에서 - 무슨 경품 지원하는 것처럼 - 아이 몇 명 당 얼마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생색내기용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십분 이해하고 그것에 걸맞은 중장기 핵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다양한 단기 처방들을 쏟아내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쌀 소비 감소에 대한 여건

 

우리나라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에 앞서 현재와 같은 쌀 소비 저조를 야기하는 현실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 들 것이라는 사실은 과거에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우리 연구원을 포함한 여러 연구 기관과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와 인구의 정체 내지는 감소 등으로 쌀 소비가 줄어들 것을 예측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에서야 관련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어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쌀 소비 감소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 물론, 쌀 소비 촉진에 어느 정도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 쌀 가공 산업 육성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강화 등의 정책들이 얼마나 쌀 소비 감소 추세를 뒤집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쌀 가공식품이 밀가루 가공식품보다 웰빙(Well-being) 코드에 더 부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쌀 가공식품 시장은 아직까지도 소규모 틈새시장에 불과하고, 향후 주류 시장으로 성장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은 쌀가루의 매우 낮은 가격 경쟁력과 가공 공정상의 특성 등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쌀 소비 저하에 대한 정책적 대안

 

보다 명확한 쌀 소비 촉진 정책 목표와 그에 따른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가 왜 쌀 소비 감소에 많은 우려를 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지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사안이 있겠지만, 쌀 소비 감소의 근원적인 문제점은 쌀 생산 농가의 소득 감소와 식량 안보 차원에서의 쌀 자급률 유지 어려움 등일 것이다. 즉 쌀을 소비하는 양이 줄어들면 쌀의 농가 수취가격이 하락하고, 그 결과 식량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부분을 쌀 공급 측면에서 완화할 방법이 없는 지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흔히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공급의 원리'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데, 이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데에만 전력투구하지 말고 공급측면에서의 대책도 병행해야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량은 줄어들더라도 단위당 농가 수취 가격을 올리고 생산 비용은 절감하도록 하여 쌀 생산 농가의 실질 소득 하락을 완화하는 방안이나, 쌀 잉여분을 국외에서 소비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현실이다.

학교에서 도시락 검사를 하거나 강제적으로 분식을 먹이는 식의 30~40년 전의 정책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우리는 강산이 서너 번이나 변한 21세기에 살고 있다. 향후 정부의 쌀 소비 촉진 정책이 출산 장려 정책처럼 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대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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