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컬럼| 2009년 8월  6일
	조 명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농산물 생산 및 공급구조의 변화와 다양한 도·소매유통기구의 시장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농산물도매시장의 위축을 전망하는 의견이 팽배해 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도시화의 진전으로 인구의 도시집중과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른 상업농의 발달로 일정한 공간에서 대량거래를 유도함으로써 농산물의 유통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1985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은 종래 유사시장체제하의 거래 불공정·불투명성, 대금정산의 불안정성, 유통정보의 수집 및 분산의 독점성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아직 기능과 운영 면에서 다른 유통기구에 비해 비능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풍부한 상품구색·대량거래 장점

그러나 농산물도매시장은 거래방법, 거래규모, 가격결정, 유통정보의 수집 및 분산, 생산자 및 구매자 접근성 등에서 다른 경쟁적 유통기구와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타 유통기구에 비해 다품목·다품종·다품질의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출하자의 출하 선택권과 대규모 신속 거래가 이루어지는 유리성이 있으며, 경매나 입찰에 의해 수급과 가격이 결정되고, 거래대금의 신속한 정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거래의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개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출하자에게는 소량물량, 상대적 비규격 저급품의 처리가 용이하며, 물량수급과 품질을 반영한 적정가격의 수취가 가능하고, 구매자에게는 원하는 물량의 풍부한 상품구색과 구매의 신속·편리성 및 접근성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농산물도매시장의 유리성과 강점에도 불구하고 시장기능이 단순한 수집·분산 등 상적 기능에 치중되어 있어 다양한 물류활동의 제약과, 거래제도의 경직성으로 구매업체의 구매전략에 신축적인 대처가 힘들어 소매업체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영세성과 시장 내 물류시설의 미흡 등으로 산지의 표준규격화 및 저온유통의 연계성이 부족하여 이로 인한 각종 유통비용의 증가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유통주체의 도매시장 참여와 참여자 간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외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신속한 제도도입 및 전환의 합의와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상존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도매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경쟁력을 가진 미래지향적이고 정보화된 효율적 도매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산지·소비지 변화추세 대응 필요

첫째, 농산물 재배기술의 발달, 유통시장 개방에 의한 수입 농산물의 증가로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로 전환되고 있고, 농산물 생산의 규모화와 표준규격화가 급격하게 진전됨으로써 지역간, 생산자간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산지유통 여건의 변화는 도매시장에 상당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통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간적·경제적 거리가 단축됨에 따라 도매시장의 상권이 광역화·집중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대규모 시장과 중소규모 시장 간 규모에 따른 도매시장의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은 현행 경직된 거래제도로 생산자의 출하욕구 및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매시장이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의 도매시장 출하유인 방안 부재 등 시장기능의 약화와 능률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대형유통업체의 체인화로 과점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고,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등 농산물 시장지배력이 이동되고 있다. 특히 대형유통업체는 산지의 생산자단체 등을 통해 직거래 비중을 증대시키고 있어 농산물도매시장이 산지의 변화 추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매시장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운영·시설·물류체계 개선 급선무

넷째,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기호가 고급화, 다양화, 개성화, 편의화, 건강지향 등의 추세에 따라 농산물 소비가 외식소비, 가공품 소비, 친환경농산물 소비로 집중 또는 편향되고 있고, 소비자의 구매패턴도 할인점 구매, 소포장 또는 낱개 구매, 친환경농산물 구매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고품질·친환경 농산물, 소포장 농산물, 전처리 농산물, 가공 농산물 등을 취급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농산물도매시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구매패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소포장시설, 단순 가공시설, 물류 및 선도유지를 위한 저온유통시설, 첨단 정보시설 등 시설 보완이 필요하다.

아직 농산물 생산규모가 영세하고 규격출하가 미흡한 현 상황에서 농산물도매시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도매시장의 기능 및 운영시스템과 시설 및 물류체계 개선을 통해 유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