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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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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농협개혁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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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성재
 농정연구 권두칼럼 | 2009년봄 29호
 박 성 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개혁 이슈

 

농협 지배구조개선에 초점을 맞춘 농협법개정법률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전망이 밝아졌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본회의에서의 의결을 남겨놓은 상태이다. 농협에서 운용한 농협개혁위원회서부터 무산된 것을 포함해서 정부공청회 2회, 농식품부의 농협개혁위원회 설치, 국회공청회 2회, 지방순회토론회 11회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벌어졌던 견해 차이가 좁혀지면서 농업인단체의 합의와 농협개혁위원회의 중앙회 신용·경제사업분리(신·경분리) 방안 제시가 여야의 합의를 유도했다.

농협 지배구조개선 법률안은 시·군지역 내의 지역조합 중 원하는 조합을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으며, 2,5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조합부터 조합장의 비상임화를 이행하고, 중앙회장은 대의원 간선제로 선출하고 임기는 단임으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그룹은 조합선택권 허용은 조합간 과잉 경쟁을 유발하여 체제를 위협하고, 조합장과 중앙회장의 권한제한은 조합원의 권리 침해라고 반발하였다.

가을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준비 중인 중앙회 신·경분리안은 중앙회를 경제사업연합회와 상호금융연합회로 분리하고, 경제사업연합회에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금의 중앙회를 연합회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도·교육 등은 경제사업연합회가 담당하면서 현중앙회의 기능을 같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맥킨지보고서를 기초로 한 농협중앙회안은 중앙회가 교육·지도, 정책사업, 상호금융을 안고 가고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하는 것으로서 개혁위원회의 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앞으로 두 방안간의 조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경제사업의 자립기반을 다진 다음 2017년에 추진하기로 되어 있던 신·경분리가 은행부문의 자본부족 문제 때문에 당장 분리로 입장이 급반전되었다. 신·경분리론은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로 전개되었었는데, 이제는 은행이 살기위해서 필요하다는 논리로 바뀐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전년도 이익금을 배분하고, 농기계임대사업 등에 막대한 비용을 쏟던 농협이 갑자기 자본부족을 탓하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경쟁시대 농협으로의 진화

 

정부의 계획대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농협은 개발연대 보호농정의 농협에서 개방시대의 농협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민주화의 성과로서 쟁취한 조합이라는 의식에 취해 경제적 기능을 경시하던 것도 바로 잡히게 될 것이다. 경쟁시대 조합으로서 조합원의 소득과 편익증진을 위해 일하는 사업체로의 인식이 확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농협은 행정구역과의 1대 1 대응체제를 완성한 1973년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조합은 관할 구역의 사업권에 대해서 배타적 권리를 인정받으면서 어떻게든 존립 자체가 사회적으로 이득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조합원이나 이용고객 입장에서 보면 대안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조합원이나 지역의 고객이 조합 존립의 담보가 된 셈이다.

종합농협체제가 완성된 것도 1973년에 상호금융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부터이다. 구·판매, 신용, 지도, 이용사업 등을 망라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조합이 되었다. 당시로서는 적합한 형태였다. 조합원은 대부분이 그만 그만한 크기의 논농사에 의지하는 동질성이 강한 그룹이었다. 비록 만성적인 자금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거래 규모는 소액이어서 상업적 금융기관이 들어올 생각도 안했다. 이윤을 탐하는 기업이 외면하는 농촌시장에서 농협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정부도 농업금융을 곡물수매, 비료, 농약 등의 각종 정책사업을 농협이 독점토록 함으로써 행정과 협동조합의 유착관계가 공고하게 만들어졌다.

개발연대 농협의 오점은 대통령이 중앙회장을 임명하고, 중앙회장이 조합장을 임명하는 정부통제형 협동조합이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을 행정기관으로 인식하는 조합원도 많다. 그래서 민주화 운동의 성과물로 획득한 1988년 직선제 시행은 조합 민주화의 상징이자 정체성 확립의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들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게 됨으로써 조합원의 자긍심은 높아졌지만  협동조합 본연의 모습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정부와 농업인단체, 심지어 일부 강경파 조합원의 압력에도 휘둘려 자율성을 지키지 못했다. 조합원을 위한다는 명분이면 무엇이든 통하는 정치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상징이 된 조합직선제는 조합장과 중앙회장에게의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었다. 조합장과 중앙회장은 이 논리를 재생산하는 방향으로 운영했다. 중앙회 지원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한 영세조합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자립의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환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집행되는 막대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선거용이다. 조합사업에 기여한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의 일부이다. 자조의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조합과 조합원간의 권리·의무 관계가 지켜지지 않아 무임승차자가 양산되어 경쟁력을 잃은 조합은 제도적으로 지원받는 신용사업의 수익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번 농협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률은 정치의식 편향적 조합에서 경제적 기능 중시의 사업체로서의 조합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 것이다. 경제사업을 잘 하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구축하고, 조합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들을 강화했다. 조합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이사회와 상임이사에게 나누어 주어 위험분산과 전문성 제고를 기대한다.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인재발탁의 객관성을 높여 조합장과 중앙회장의 1인 선택에 따른 실패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다. 중앙회 신·경분리안에 담겨진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의 개념은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결합을 선언한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회사라면 비협동조합적 사고라고 비판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리둥절해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MB정부 농협개혁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종합농협에서 틀을 변형시켜 전문성과 위험관리능력을 제고시켜 경쟁시대의 농협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중앙회의 신·경분리는 그 단초를 여는 것이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의 활성화를 위한 유인장치의 강화는 회원조합의 전문화를 유도하는 활주로인 셈이다.

 

개혁을 위한 선결과제

 

농협법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게 고쳐지더라도 의도한대로 농협이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려면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농협체제의 근본 틀을 수정하는 신·경분리의 이행은 물론이고,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적잖은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어떻게든 만들어갈 수 있겠지만 의식변화가 따르지 않는 한 개혁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혁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써 네 가지만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개혁방향을 놓고 서로 견해를 달리했지만 이제는 합의한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마음과 힘을 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인식이 같이해야 한다. 우리 농협은 너무 작은 조합들이 중앙회 수익금에 의존해 유지되는 체제이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고, 조합원에게 돌아갈 몫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내에서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유인체계가 약했다. 경제 환경 변화로 조합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합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며, 그 방향은 조합원의 관점에서 보고, 조합실패의 위험을 줄이며, 경제사업을 활성화시켜 조합원의 요구를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협동조합을 올바로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 강화와 조합의 정체성을 확립이다. 그동안 개혁논의가 본질에서 벗어나 헛도는 경우가 많았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각자마다 다르고 잘못된 운영에 익숙해진 탓이다. 하나의 협동조합을 놓고 사업체인가 운동체인가로 결을 세우며, 비영리적 사업체를 ‘적자를 보아도 괜찮은’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도 다수다. 합법적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결정된 사항도 외부의 압력으로 번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농산물을 비싸게 사주라고 요구하기는 잘 하지만 그것이 다른 조합원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셋째, 조합원과 조합의 권리·의무 관계를 확실히 정립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협동조합은 출자 자본의 크기로 의사결정력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또纜坪? 누구나 인격체로서 동등하게 대?移濱?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스스로 돕고·서고·결정하는 사업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조합은 사업을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키워주고 그들이 출자한 재산을 지키는 위험관리자의 역할이 우선이며, 사회의 윤리적 기준에 맞추어 사업을 하고 지역에 대한 기여를 통해 조합원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을 보호한다. 결코 운동을 통해서 이익을 쟁취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은 조합이 요구하는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조합은 조합원의 요구를 충족시킬 때 존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원칙에 맞추어 운영되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농협이 조합원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조합원의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달자적인 역할만을 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지속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능력이 있어야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하여 조합원에게 많은 이익을 갖다 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R&D 투자 확대, 경영효율화, 이익분배 시스템의 과학화를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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