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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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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마일리지 감축, 지역농업 진흥과 지구 환경부하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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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9년 04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시장개방에 의해 무역이 증대되고 수송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식품이 생산되는 ‘생산현장’과 가공·유통을 거쳐 소비되는 ‘소비지역’ 간의 거리가 점차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식품은 수송거리가 확대될수록 수송에너지에 의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발생으로 지구온난화에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증폭시킨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농업 진흥이나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목적으로 푸드 마일리지라는 지표가 개발되어 소비자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개방 등으로 식품의 수송거리 확대  

 

식품의 수송거리는 왜 확대되고 있는가. 식생활의 변화가 국내 생산과 국민 소비간에 거리를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공급 가능한 쌀 소비량이 대폭 감소하는 대신 축산물이나 유지류 등의 소비가 증가하여 사료곡물과 유지원료의 수입이 증가한 것이 최대 요인이다. 또한 교통망이 확충되고 저장이나 가공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유통이 광역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식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에 국내농업이 축소되고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며, 환경에 대한 부하를 증대시키는 문제가 지구 전체로 확산된다.

이 문제에 대응하여 영국의 소비자 운동가 팀랭(Tim Lang)은 ‘푸드 마일’(food miles) 개념을 사용하여 가급적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소비하여 식품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수송에 따른 환경오염을 경감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산화탄소 감축이 세계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식품수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에 착안하여 식품의 ‘수송량’(ton)과 ‘수송거리’(km)를 누적 합산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가 중요한 지표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식품의 푸드 마일리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다면 푸드 마일리지를 감축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푸드 마일리지의 의의가 있다.

푸드 마일리지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도 있다. 철도나 선박 등 수송수단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차이가 있으나 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점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어디까지나 수송단계만 착안한 것으로서 생산과정이나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수송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항공·트럭·선박·철도 등의 순으로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푸드 마일리지의 크기를 가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판단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최근 수송수단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를 파악하여 배출 총량을 계산하고 있다.

후자에 대해서는 농산물은 수송단계 이외에 생산·가공·소비·폐기 등의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국내산 식품을 소비했다고 해도 과다한 화학비료를 시비하였거나 시설배재 등에 의해 수송단계 이외의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큰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따라서 푸드 마일리지가 객관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정합성을 가져야 하며, 또한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감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푸드 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수송수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를 계산하여 이것을 푸드 마일리지에 곱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수치화한 ‘포코'(poco)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100g 배출이 1포코이며, 이를 식품 등에 표시하여 소비자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여 식품소비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하나 국제수송에 대해서도 배출량의 감축방법에 관한 국제규율이 확립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에는 국제항공이나 해상운송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감축방법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아 현행 감축목표에서 제외되어 있다. 구체적인 감축방법으로는 연료 판매국, 승객이나 화물의 원산국, 항공·선박의 국적·출발국·도착국 등에 따라 배출감축을 할당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식품 무역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푸드 마일리지가 확대되는 현상을 풍요로운 식생활을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지만, 지구 환경부하나 식품 안전성이라는 면에서 우려가 큰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수송량이 많을수록 수송거리가 멀수록 지구환경에 미치는 부하가 커지면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리스크도 높아진다.

 

푸드 마일지리 감축이 지구 환경부하 경감에 기여

 

푸드 마일리지를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생산과정이나 소비과정에서 환경부하 경감을 전제로 하면서 수송거리를 단축하는 운동이 기본이다. 수입의존에서 국내생산으로, 또한 국내유통도 광역유통에서 지역유통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필요하다. 친환경 농업이나 지역순환형 농업을 실시하면서 국내생산 확대를 시도하는 것도 재평가할 수 있다.

이태리의 슬로우 푸드(slow food),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미국의 공동체지원농업(CSA) 등도 이념을 같이 하는 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 지역농업 진흥과 식량자급률 향상, 지구 환경부하 경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도 재점화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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