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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전직불제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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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배종하
농민신문 기고| 2009년 4월 10일
배 종 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소득보전직접지불제는 최근 10년 농정에서 가장 각광받는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고 보장해주는 것이 농정의 제일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고, 1970~80년대까지는 시장가격 지지가 가장 널리 쓰이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지나친 가격 지지로 과잉생산과 국제시장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고, 그 여파로 우루과이라운드(UR)의 고통스런 협상 끝에 가격 지지를 감축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UR 이후 많은 국가들이 농업개혁을 통해서 가격 지지를 줄이거나 없앴고 우리도 30년 넘게 해오던 쌀 수매를 2005년에 중단했다.

 

가격 지지를 없애고 난 후 가격 지지를 보상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직불제이다. 유럽연합(EU)이 1992년 공동농업정책에서 처음으로 직불제를 도입했고 미국은 1996년 농업법에서 본격적으로 직불제를 도입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1년 논 직불제로 시작해 2005년에는 쌀소득보전직불제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 지지를 없애나가고 소득 안정을 위한 직불제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 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직불제가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고 소득 안정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몇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직불제는 충분한 재정 능력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쌀소득보전직불제를 보더라도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쌀농가 단위로 지불하는 직불금은 평균 100만원을 약간 웃돌고 있다. 농가소득이 3,000만원을 넘어섰으니 직불금은 농가소득의 3% 정도이다. 농가소득을 안정시킨다고 하기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둘째, 직불금이 소득에 보탬이 되기는 하지만 그 돈이 농업에 투자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생산 기반을 만들고 유통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순수하게 농업을 위한 투자이지만 직불금으로 지급되는 돈이 얼마나 농업을 위해 쓰이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셋째, 직불제는 행정 비용이 많이 든다. 가격 지지는 목표 가격을 설정하고 필요한 경우 그 가격으로 정부가 사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행정 비용이 들지 않는다. 반면 직불제는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직불금의 산정·지급 등이 농가 단위로 이뤄져 행정 수요가 막대하다.

 

과거 정책입안자들도 직불제라는 수단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정책화하지 못한 것은 이런 문제점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직불금 부당지급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현장에서 공무원 한사람이 수백, 수천농가를 담당하고 직불제 업무가 많은 업무 중의 하나인 상황에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참고로 직불금 부당지급 사례는 미국·유럽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도 가끔 문제가 되고 있다.

 

직불제는 분명히 중요한 정책 수단이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 수단에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는 만큼 장단점을 제대로 알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가경영체등록제를 잘 발전시키면 이런 부작용을 많이 줄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면 부작용을 줄이고 없앨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농업과 농정을 위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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