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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거대경제권 EU와의 FTA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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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FTA 농업협상 | 2009년 03월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년 가까이 진행되어온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이 타결을 앞두고 있다. 한-EU 양국은 2009년 3월에 개최된 제8차 협상에서 관세환급 등 극히 일부 쟁점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으나 여덟 차례의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협상 의제에 대하여 합의를 도출하였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상품양허 부분은 타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U는 27개 국가로 이루어진 거대 경제권으로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

 

우리나라는 2003년 8월에 EU를 미국, 중국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FTA 대상국으로 선정하였고, 그 이후 2007년 5월 공식 협상이 개최되기 전까지 다양한 방식의 예비 협상과 국내 절차를 진행해 왔다. EU와의 협상은 우리나라가 2007년 4월에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EU FTA에 대한 EU의 협상 타결 의지가 강해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EU와의 협상은 미국과의 협상보다 두 배나 긴 2년 가까이 진행되었다. 이는 양국 간에 협상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동남아 10개국, 미국, EU 등과 FTA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거대 경제권과의 FTA는 중국, 일본 정도를 남겨두게 되었다. EU는 우리나라의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며, 네 번째로 큰 수입시장이다. 수출로 따지면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고 수입으로 따지면 중국, 일본,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2007년 우리나라의 EU 시장에 대한 수출은 563억 달러, 수입은 368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195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EU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연간 50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다. 따라서 EU와의 FTA는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EU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농업부문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EU의 농업 경쟁력이 미국에 비해 낮고 한-EU FTA에서 우리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품목 수도 미국과의 FTA에 비해 많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주요 관심 품목, 돼지고기와 낙농품

 

우리나라와 EU의 농산물 교역은 수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우리나라가 EU로부터 수입한 농산물은 18억 7천만 달러인 반면 수출한 농산물은 5천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EU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은 2000년에 9억 4천만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 또한 같은 기간에 9억 달러에서 18억 달러로 두 배 증가하였다. EU와의 농산물 교역 상황으로 볼 때 한-EU FTA는 농산물의 수출 증가보다 수입 증가를 가져올 전망이다.

EU와의 FTA로 크게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곡물류는 거의 없다. 쌀은 양허에서 제외되었고 보리, 옥수수, 대두 등은 EU의 경쟁력이 다른 수출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FTA로 이한 수입 증가 가능성은 낮다. 채소류 가운데 고추, 마늘, 양파 등 중요한 품목은 현행관세가 유지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장개방은 없다. 따라서 채소류에 대한 수입 증가와 시장개방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과일류의 수입 가능성도 낮다. 따라서 한-EU FTA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은 축산업으로 볼 수 있다.

농업분야 협상에서 가장 관심이 컸던 품목은 돼지고기와 낙농품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EU로부터의 수입이 많은 냉동 삼겹살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고 수입량이 비교적 적은 냉장육은 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낙농품은 현행관세를 유지하는 대신 쿼터를 허용한 것에서부터 관세를 10년 또는 15년에 걸쳐 철폐하는 등 미국과의 FTA에서와 같이 다양한 양허방식이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쇠고기 시장도 개방될 것이지만 EU의 쇠고기 산업 경쟁력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 비해 떨어지고 안전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개방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수입이 증가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낮아지고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경우 쇠고기의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축산, 효율적 대응과 선제 대책 필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EU와의 FTA에서도 축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어질 호주, 뉴질랜드 등과의 FTA에서도 축산부문이 민감한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시장개방에 대비한 축산업 부문의 효율적 대응과 선제적인 대책이 특별히 요구된다.

국민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FTA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WTO의 DDA 협상도 대부분의 중요한 쟁점 사항은 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부문의 경쟁력제고 대책, 소득보전 대책 등 정부가 가지고 있는 종합대책은 DDA 협상의 타결 여부나 한-미 및 한-EU FTA 등의 이행에 관계없이 계획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국가별 FTA 협상 때마다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합적인 대책을 가지고 미리 대비할수록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와 혼란도 덜할 것이다. EU 시장에 대한 농산물 수출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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