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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식 영농설계로 위험을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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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KREI 논단| 2009년  3월  3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센터장)

 

현대를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고 한다. 이는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때에 갈브레이스(John K. Galbraith, 1908~)가 그의 책 제목으로 사용했던 용어인데, 이미 확립되어 있는 생각이나 이론적인 틀로는 더 이상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힘든 시대를 뜻한다.

불확실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확실한 불확실성(certain uncertainty)’이고, 다른 하나는 ‘불확실한 불확실성(uncertain uncertainty)’이다. 확실한 불확실성은 인지된 위험에 대한 확률 게임으로, 보험에 드는 등 위험 회피 수단을 강구함으로써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확실한 불확실성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큰 규모의 위험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현실적으로 미리 가늠하기가 불가능하다.

우리 농업에는 불확실성과 위험 요인이 많다. 작물 생산을 자연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최근의 기상 이변은 확실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으며, 농산물 시장은 다수의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완전경쟁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늘 불확실한 위험을 내포한다. 더욱이 시장개방의 진전으로 외국 농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농업인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면 불확실성과 위험을 일정부분 회피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한층 더 전문화된 기획력과 계획력을 높여 나갈 것을 요구한다. 비근한 예로 확실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영향을 전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농업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만 가상 시나리오와 현실과의 괴리를 좁혀 나가는 것이 과제이다.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불확실성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항상 논리적 사고의 허점과 빈틈을 비집고 찾아오며, 또 과거나 현재와의 연속성이 단절된 특징이 있다. 따라서 통계적인 계량 분석으로 위험 부담을 전망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농산물 가격의 시계열 분석을 통해 전국적인 추이를 전망할 수는 있지만, 주산지에 따라서는 계절적 수급 불균형으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로드맵 성격의 고정된 목표보다 방향만 정해진 나침반식 목표 설정이 보다 효과적이다. 나침반식 실행 목표는 예기치 못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돌발적인 위험을 회피하면서 유연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는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지혜이기도 하며,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쟁력이기도 하다.

농업경영에도 나침반식 목표 설정이 필요한 때이다. 여건 변화를 토대로 현좌표와 미래 전망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목표를 조정하고 위험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러한 나침반식 농업경영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지식과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센터는 농업인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1999년에 출범하여 현재 곡물, 채소, 과일, 가축 등 총 29개 품목의 수급 및 가격에 관한 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품목별 관측 정보는 농업인의 경영계획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의 출하관리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매년 1월에 개최하는 농업전망대회는 새 해의 영농 및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제 곧 노지작물의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된다. 세계적인 물부족 상태,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작년부터 현저하게 나타난 가뭄 현상은 올해 농사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소이다. 그러나 가뭄 현상은 극복 가능한 불확실성에 지나지 않는다. 농업경영의 ‘확실한 또는 불확실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농업관측정보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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