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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넘치는 농촌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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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민신문  기고| 2008년 10월  1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느 추석 때와는 달리 올해는 별다른 교통체증 없이 고향에 다녀왔다. 연휴기간이 짧은데다 금융위기니 원유값 인상이니 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귀성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년 같으면 동네 어귀를 가득 메웠을 외지 차량도 드물고, 낯익은 성묘객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난히 계절이 빨라 햇곡식이나 과일은 미처 여물지 않고 비료값·사료값 걱정에 시름도 깊어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던 풍성한 추석을 느낄 수 없었다.

 

농촌인구는 계속 줄고, 연로하신 분들이 고향을 지키다보니 지붕에서 비가 새거나 담벼락이 무너진 채로 그냥 있고, 논둑과 밭둑이 비에 허물어져 내려도 손을 못대는 곳도 흔히 보인다. 오죽하면 놀리고 있는 농지가 해마다 늘어나겠는가. 실제로 1980년 농가인구는 1,0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8.7%를 차지했으나, 2005년에는 343만명(7.3%)으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15년에는 260만명, 2020년에는 234만명으로 준다고 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은 1980년 6.7%에서 2005년에는 29.1%로 늘어났는데, 2020년에는 44.7%를 차지할 것으로 통계개발원은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1980년 12만4,000곳에 달하던 마을이 2005년에는 10만5,000곳으로 무려 2만개가 사라졌는가 하면, 같은 기간 인구 3만명 미만 시·군이 3곳에서 18곳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우리가 추억하는 아름다운 고향과 농촌은 기억 속에서나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농촌을 활력 넘치고 풍요로운 고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특화작물을 발굴하고 다양한 2·3차 산업을 개발해 새로운 상품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지역특화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 및 경영지도와 조세 감면, 규제 완화 등의 지원이 유연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권한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추진하던 정책사업 중 지역과 직접 관련된 것은 지자체에 과감하게 이관하고 예산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공공서비스시설은 물론 농산물가공공장이나 유통시설의 건설과 브랜드화 사업 등은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인접 시·군과 연대해서 광역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들의 높아진 생활수준에 걸맞게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시설과 운동시설을 확충하는 등 편안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공동주거지를 마련한다든지 보건진료소를 확충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을 찾아가서 진료할 수 있도록 복지분야도 전향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특히 마을이나 읍·면별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같이 일하는 조직, 즉 지역 발전의 주체를 확립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역 개발도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들이 아직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때 농촌이 국민 모두의 일터이자 삶터 그리고 쉼터로써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리매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고향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고향을 찾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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