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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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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자재목록공시제 민간관리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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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KREI 논단| 2008년 9월 18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업이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은 이를 지지하는 모습인데 이미 농정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당위의 대상이다. 친환경농업의 실천은 기존의 관행적인 화학비료와 농약, 비유기적인 투입요소를 유기적인 자재로 바꾸면서 시작된다. 정부의 친환경농업 육성 계획에서도 “2013년까지 농약·비료사용량 40%절감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친환경농업을 위한 사용가능한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친환경농업육성법과 이에 근거한 농진청고시‘유기농산물의 생산을 위해 사용가능한 자재의 품질규격’과 비료관리법에 기초한‘비료공정규격’등에 유기농업관련 물질을 규정하고 있다. 내용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codex나 IFOAM 내부 규정과 차이는 있을지언정 형식적인 것은 같다. 모두 물질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현장에서는 물질을 사용한다기 보다는 여러 물질의 혼합물인 제품(products)을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제품생산과정에서 비록 물질로서 유기자재로 합당하다 하더라도 여러 물질이 혼합될 경우 부적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보완,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어느 농자재 제품이 유기자재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 공시하게 된다.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친환경 유기농자재 목록공시’제도의 출현 배경이다. 이 제도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는 일정한 절차와 검토를 거쳐 유기농자재로서 적합한 농자재를 공시하고 있다.

 

◈ 미, 민간과 주정부 제품 동시 검토

 

최근 농진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 유기농자재 목록공시 기능을 민간에 이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온다. 이것도 선진국, 우리가 벤치마킹한 미국의 예를 들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이야기이다.

 

미국도 유기농업을 위해 사용가능한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을 연방법과 관련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물질을 가지고 만드는 제품에 대한 검토와 공시는 민간과 주정부에서 동시에 한다. 민간 비영리조직인 유기물질검토연구소(OMRI)에서는 물질목록(Generic Materials List)과 제품목록(Products List)을 만들어 홈페이지, 책자 등에 공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기관인 미국 워싱턴주 농림수산성(WSDA)에서도 유기농산물의 인증과 함께 유기농자재품목을 공시하고 있다.

 

WSDA에서 작성한 BNML(Brand Name Materials Lists)는 OMRI의 제품목록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특별한 것은 미국 내 20여개의 유기농산물인증기관이 WSDA와 업무협의를 하여 WSDA의 제품목록을 유기인증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기농자재의 선택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농민과 가공업자들을 위해 미국에서는 비영리민간조직(OMRI)과 주 정부(WSDA)에서 품목공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진청에서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뚜렷한 이유 없이 민간으로 이양할 계획이라 하니 우려가 크다. 민간으로 업무를 이양해야할 당위성을 찾기 어려우며, 아직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유기인증기관, 품목검토민간조직, 정부의 지원조직, 농민들의 지식수준과 관리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제고될 때까지 목록공시업무의 민간으로의 변경은 중지되어야 한다. 유기농업을 중시한다면 더욱 그렇다. 유기농자재 제품으로의 적합여부를 민간에 의존할 경우, 특히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에 의존할 경우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미국의 인증기관이나 농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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