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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농업' 위해선 산업화기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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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한국일보 기고| 2008년 8월 29일
김 정 호  (부설 농림기술관리센터 소장)

 

1949년 농지개혁법의 농지소유 상한은 3정보였다. 3ha는 돼야 가족농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당시 5인 가족 노동력으로 농기구도 변변치 못한 재배 기술로는 겨우 2ha 정도의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그 이상의 대농은 머슴을 고용해야 했다.

 

지금은 농지소유 상한이 없다. 전업농은 농업진흥지역 안에서 얼마든지 영농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이앙(모내기) 농법의 중형 농기계 기술체계 하에서 부부 노동만으로 10ha 정도의 벼농사가 가능하다. 자작농 규모로 대략 7ha를 경작하면 도시근로자가구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자립경영농가의 기술적 한계나 제도적 규제는 소멸된 셈이다.

 

요즈음 무경운 직파 신기술을 이용하면 기술적으로는 개별농가의 벼농사를 100ha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경영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대농경영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과학자는 이론가이고 기술은 그 산물이기 때문에 종종 현실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신기술을 둘러싸고 연구자들 간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정책이다. 정책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판단 기준을 두기 때문이다. 예컨대 1990년대 초에 정부가 실험적으로 도입한 유리온실 사업은 농업계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우리나라가 파프리카 수출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시금석이 되었다.

 

기술의 산업화는 그 분야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연구자는 신기술 개발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므로 산업적 활용에는 소홀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산업화를 위해서는 기술과 자금과 인력을 적시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의 하나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림기술관리센터는 8월에 농림수산식품부의 자금 지원으로 농산품 수출연구사업단을 발족시켰다. 수출연구사업단은 연구기관과 수출기업 및 지원기관 등이 결합된 혁신클러스터 형태를 갖추고, 수출 대상국의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원하는 제품과 마케팅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산업체가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또, 목표 관리와 환류시스템을 마련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도록 하고 있다.

 

 

부존 자원이 열악한 우리 실정에서 과학기술은 국가 발전의 기본 요소이고 원동력이다. 그동안 농업도 기술혁신을 토대로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이라는 성공신화를 남겼으며, 이제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환경기술(ET), 나노기술(NT) 등을 응용하는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한국 농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더 많은 산업화 기술이 필요하다. 국민의 애정과 정부의 투자에 힘입어 농업기술과 첨단과학이 융합된 '선진국형 농식품산업'의 진면목을 발휘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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