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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음식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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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민신문  기고| 2008-05-21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정부는 식품산업의 발전을 통해 농림수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농산물 가공사업 경험을 미뤄 볼 때 식품산업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나 농업 성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정책적 고민이 있다. 국내 농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농업인이나 생산자단체가 국제가격보다 서너배는 비싼 국산 원료로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에서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향토음식의 산업화, 즉 농산물에 장소·문화·관광을 결합한 복합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흔히 로컬푸드, 또는 지역 먹을거리라고 불리는 향토음식은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그곳에 전해오는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이는 지역의 원·부재료 소비와 고용 창출, 관광산업과 연계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향토산업을 활용한 지역축제는 농촌문화관광 소재로 각광받고 있으며, 본고장의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은 슬로푸드와 같이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삶을 유지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적게는 400~500종에서 많게는 3,000여종의 향토음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원추어탕’ ‘춘천닭갈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춘천닭갈비’의 경우 춘천에만도 277개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는 데 종업원이 4,000여명에 이들 업체가 소비하는 닭고기만도 하루 8t(주말은 10t)이나 된다. 문제는 닭갈비의 주원료인 4만~5만마리분 닭 다리 살의 대부분이 외지에서 반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표준화된 조리법이 없고, 상호조차 등록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농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지역농업과 연계, ‘춘천닭갈비’란 상호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전국의 유명한 향토음식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된 문제다.

 

향토음식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지역의 고유한 향토음식을 발굴해 원·부재료와 조리법을 확립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규정함으로써 품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널리 알려진 향토음식의 이름을 상표 및 상호로 등록해 허위로 사용하는 것을 통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진품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주시는 ‘전주비빔밥’을 등록해 매출액의 0.3%를 로열티로 받고 있으며, 남원에서는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와 시래기를 지역에서 생산해 전국의 프랜차이즈업체에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기 이천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농협이 생산한 이천쌀을 사용하는 음식점 23개를 ‘이천쌀밥집’으로 지정하고, 저렴하게 이천쌀을 공급하는가 하면 간판과 홈페이지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홍보까지 대신해주고 있다. 농업과 식품산업을 연계하는 고리로써 향토음식의 가치를 백분 활용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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