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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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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 다가오는 엄청난 개방의 파고에 대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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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주호
KREI 논단| 2008년 5월 22일
송 주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과의 쇠고기 검역협상과 한-미 FTA 협정비준여부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최근 7차 협상을 마친 한-EU FTA 협상도 금년내 타결될 전망이라고 하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DDA 협상마저 금년내 타결을 목표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농업이 유사 이래 최대의 개방에 노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5월 20일 도하개발어젠다(DDA: 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의 세부원칙(모델리티) 2차 수정안을 배포하였다. 지난 2001년 11월 출범한 DDA 협상은 그동안 지지부진하였는데 금년 2월 8일 농업부문과 비농업부문에서 모델리티 1차 수정안이 배포되었고, 지난 3개월여 동안 공식, 비공식 협상을 통해 진전된 사항들이 이번 모델리티 2차 수정안에 제시된 것이다.

 

이번 모델리티 2차 수정안의 특징은 지난 2월의 모델리티 1차 수정안보다 불확실성을 현저히 줄여 1차 수정안에서 [ ] 로 표시한 숫자를 171개에서 34개로 감소시켰다는 점이다.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그간 제시한 감축율 범위의 중간치를 확정된 숫자로 제시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민감품목의 세번별 소비량 계산방법에 대해서 상세한 규정이 추가되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개도국 특별품목(SP: Special Product)에 대해서는 아직 몇 %나 인정할 지, 관세감축은 얼마나 예외로 할 것인지 등 쟁점에 대해서 별 진전이 없었다. 국내보조 분야도 아직 감축율이 확정되지 않았고 있고, 일부 기술적인 사항들만 보완되었다.

 

지난 3개월간의 협상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민감품목에 대해 세번별로 소비량을 계산하는 방식에 대해 주요국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라 각국이 민감품목으로 선정하고자 희망하는 품목리스트를 내서 협의를 하고, 모델리티 확정전에 세번별 소비량 관련자료를 제출하여 검증을 받도록 한 점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민감품목 혹은 특별품목 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들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민감품목으로 지정하면 관세감축율을 낮추어도 되지만 소비량의 일정 비율만큼을 쿼터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감품목의 지정이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품목별 농업인 단체에서는 무조건적으로 관련 품목을 민감품목으로 지정해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는데, 민감품목 선정의 실익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 또 모든 품목을 민감품목이나 특별품목으로 지정할 수 없으므로 품목 간 우선순위도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품목생산자와 통상전문가, 학계, 연구기관 등과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고 자주 토론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합리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이해당사자와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사실이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증명되었다.

 

우리나라는 DDA 협상에서 농업부문에서는 개도국이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비농업부문 협상에서는 선진국 입장에 서 있다. 이렇게 어정쩡한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유지를 최선의 목표로 하되 차선의 시나리오도 대비하고 있다. 협상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고 일정부분을 양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선을 위해 수립한 여러 전략 가운데 일부가 달성되지 못했다고 하여 실패한 협상이라고 폄하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며 공감을 형성한가운데 협상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 1994년 UR협상이 끝난 후 일부에서 주장했던 재협상요구가 이번 DDA 협상에서는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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