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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있는 농업교육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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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신동헌
농민신문 기고| 2008-04-14
신 동 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소장)

 

농업계열 학교 교육에는 왠지 늘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농업계열 신입생들만을 위한 특강을 했다. 담당교사로부터 강의 주제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었지만 이심전심으로 이해됐다. 비록 농업계열을 지망했지만 ‘우리에겐 꿈이 있다!’라는 내용의 비전 제시다.

 

제목을 썼다. ‘벤츠를 타고 다니는 농사꾼!’. 농업계열 지망 학생들이 졸업한 후 모두 벤츠를 타고 다닐 정도로 성공해서 ‘농사꾼 CEO(최고경영자)’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명문대 출신이라도 요즘 50세 이전 명예퇴직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 처절한 경쟁으로 뛰어든 젊은 월급쟁이를 보면 ‘농사꾼이란 직업이 훨씬 낫다’란 생각과 함께 ‘농업은 역시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을 수년째 확신해 왔던 터였다.

 

경기 광주에 한 지역명문고가 있다. 1952년 개교 당시 교명은 ‘광주농업고등학교’였다. 농촌학교답게 농과·축산과가 있었고, ‘농고’이다보니 실습농사 그 자체가 교육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운이 좋았던 걸까. 서울에 인접한 농촌이다보니 인구가 몇곱절로 불어났다. 대도시에서 유입된 인구가 농촌을 큰 도시로 팽창시켰다. 주민들 삶의 패러다임도 함께 변하면서 교육환경 또한 덩달아 바뀌었다. 학교 이름도 변했다. 1971년 ‘광주종합고등학교’로 바뀌었다가, 결국 2006년엔 ‘광주중앙고등학교’로 개명됐다. 대학입시 중심의 학교로 뒤바뀐 것이다. 자연히 상대적으로 농업계열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유통정보과를 비롯한 4개 과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농민만큼이나 사기가 떨어져 있다.

 

이미 사각지대로 변해버린 농업교육의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우리 농업이 시장 개방과 비교우위의 다른 산업에 눌려 천덕꾸러기로 전락된 지 오래지만 농업과 식품산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 산업이다. 따라서 미래 세대인 농업계열 고등학생들에게도 그러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커리큘럼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래전 일본의 한 농업고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놀란 것은 어린 학생들이 브랜드 있는 된장 등 여러 농산물 가공식품을 직접 만들어 지역 매장을 통해 출하하고 있었는데, 가공·포장 기술과 수준 등이 기성제품에 절대 뒤지지 않는, 살아 있는 작은 ‘학교기업형’ 교육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속 있는 농업 교육을 제안한다. 바로 특성화된 교육이다. 농업계열 교육의 목표는 정부의 신규 농업인력 확보라는 차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비전과 꿈이 있는 교육이어야 하고, 그 꿈과 비전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실속이어야 한다. 그게 ‘벤츠를 타고 다니는 농사꾼’이다. 학생들이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키우고 가공·포장과 유통을 실천하는 교육, 돈을 만드는 교육, 작지만 마케팅의 실제가 살아 있는 ‘학교기업형’ 교육이다.

 

농업계에는 ‘벤츠 농사꾼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 ‘벤츠 농사꾼들’은 당당히 말한다. “농사꾼이 월급쟁이보다 백번 낫죠!”라고 말이다. 특강에서도 당당한 연봉 5억원의 ‘벤츠 농사꾼’을 소개했다. 그는 3년간의 월급쟁이 농사꾼을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줄였고, 지금도 13년째 전쟁을 치르듯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

 

학교 교육 3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산교육의 현장을 만들어야 우리 농업에 미래가 있고, 농업계 학생들의 얼굴에도 당당한 희망이 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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