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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쌀 가격 폭등 일시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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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대섭
KREI 논단| 2008년 4월 14일
이 대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국제 쌀 시장은 장립종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의 기준상품인 태국산 쌀값은 올해 1월 톤당 380달러에서 4월 초에는 850달러로 2배 이상 급등하였다. 또한 시카고 선물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2008년 5월 인도분 쌀은 100파운드(약 45.36kg)당 21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976년 이후 국제 쌀 재고량은 바닥을 보이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주요 수출국들은 자국내 수급 및 가격 조절을 명분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있다.  

 

쌀 가격 상승에 대한 주요 수출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태국은 수출제한 조치를 6월까지 연장, 중국은 쌀 수출을 억제하기 위한 수출세 부과, 인도는 바스마티(Basmati) 외 모든 쌀의 수출 중단, 캄보디아는 주변국으로 2개월간 수출 금지, 인도네시아는 잠정적인 수출 중단, 이집트는 쌀 수출 제한 조치 10월까지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시장의 쌀 공급량이 증가하리라는 예상은 시기상조이며 국제 시장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쌀값의 급등은 수입 의존도가 큰 수입국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필리핀 쌀 소비자가격은 킬로그램 당 18페소 하던 것이 4월 초에는 36페소로 2배가 상승하여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리핀의 경우 1천 200만 톤의 소비량 중 2백만 톤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과 같이 국제시장의 공급량이 감소하여 국제 쌀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쌀을 수입해야 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국제 시장에서 구매를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수출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수출국들과 필리핀 정부가 직접 협상을 하여 수입물량을 확보해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다행히도 베트남 정부가 3월 말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150만 톤의 쌀을 수출하겠다는 약정을 하였고, 미국도 상품신용 프로그램(Credit Commodity Program)으로 7,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함으로써 10만 톤 정도를 수입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되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다행스러운 일은 태국이 수출 제한시기를 6월까지 연장하겠다는 조치를 조만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4월 4일까지 베트남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 재무장관회의에서 태국의 재무장관은 베트남처럼 수출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제 쌀 시장에서 태국의 공급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쌀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쌀 가격의 급등은 쌀이 원료가 되는 식료품 가격을 동반 상승 시킬 수 있어 주요 수입국들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실제로 카메룬,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미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인한 소요사태가 빈발하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치솟는 쌀과 식료품 가격으로 인해 정부의 적극개입을 주문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태국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쌀 도난사태가 발생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각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소비하는 중․단립종 시장은 안정적인가? 최근 국제 중․단립종 시장에서 칼로스 1등급 기준 가격은 올해 2월 톤당 평균 6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4월 초에 650달러~670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이나 그 속도는 장립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4월에 톤당 550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0달러 이상 오른 것이다. 이는 평균적으로 년 간 250~280만 톤이 거래되는 국제 중․단립종 쌀 시장에서 주요 수출국 중의 하나인 호주가 몇 년째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으로 국제 시장에서 수출여력(평균 20만 톤)이 소진되었고, 30%에 해당하는 80만 톤 수준을 수출하는 이집트가 수출을 중단하였으며, 평균 50만 톤 수준의 수출여력을 지니고 있는 중국 또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다.

 

국제 중·단립종 쌀값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주요 중․단립종 수입국 중 자국의 쌀 공급을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나라들이다. 터키와 대만 그리고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에 속한다. 터키와 대만이 이집트와 미국으로부터 40~50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 농무성 및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터키와 대만의 쌀 생산 감소로 수입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국제 시장가격은 지속적인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제 시장에서 장립종 가격이 지속적인 급등세를 유지한다면 중․단립종 소비국가에서 수입하던 장립종이 중․단립종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중․단립종 가격 또한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쌀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가격 상승추세 또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수출국의 수급 및 수출정책 동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국내 쌀 시장에는 국제 시장가격 폭등의 영향이 심각하게 미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쌀을 원료로 하는 제조업체들의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제품의 가격상승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식량안보와 국내 쌀 시장의 안정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허용보조로 분류되는 공공비축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국민이 필요로 하는 품질의 쌀을 적정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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