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과소비? 트레이딩 업!
7891
기고자 김성훈
KREI 논단| 2008년 2월 26일
김 성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강남 압구정동에서 옷 매장을 운영하던 사장이 재고로 쌓여있던 옷의 가격을 세 배로 올려서 다시 진열하니 하루 만에 동이 났더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당시 일부 국산 청바지 브랜드의 경우 가격을 유명 수입 청바지의 가격 이상으로 높게 책정한 고가전략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 현상을 돈을 통해 잘난 체 하려는 못난 사람들의 과소비와 이를 조장 또는 편승하는 얄팍한 상술의 결과로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농식품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소비와 트레이딩 업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서 20여 년간 소비자의 소비 행위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트레이딩 업(Trading-up)과 트레이딩 다운(Trading-down)을 행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트레이딩 업이란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자기에게 만족감을 주는 특정 상품에 대해서는 자기 소득수준을 훨씬 초과하며 돈을 쓰는 현상이다.  반면에 소비자들은 트레이딩 다운도 행하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일부 소비품목에 대해 철저히 실용성을 따져 저가구매를 하는 것을 말한다.  트레이딩 업과 트레이딩 다운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2천원 짜리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지만 커피는 5천원 짜리를 마시는 젊은 직장인들의 소비 행태가 대표적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트레이딩 업은 “신 사치품(New Luxury good)”의 등장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신 사치품은 기존의 대중품(Conventional good)과 사치품(또는 명품)의 중간에 위치한 상품으로 대량생산되는 대중품보다는 고급이지만, 수공품이나 예술품에 근접하는 사치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신 사치품은 중산층이 노력하면 어느 정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접근성을 지니면서도 할인매장에서 파는 대중품들보다는 차별화된 품질과 특성이 있다.

 

신 사치품의 경우 대중품과의 기술적인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뛰어난 가치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신 사치품에 “감정적인 애착(Emotional engagement)"을 느끼게 되어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여서라도 해당 제품을 꼭 구매하게 되는데, 여기서 과소비와 트레이딩 업과의 차이가 나타난다.  과소비의 경우 단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지출을 무차별적으로 하는 행위이나, 트레이딩 업은 꼭 사고 싶은 제품에 대해서만 소득수준 이상 지출을 하는 행위이다.  트레이딩 업을 하는 소비자는 해당 제품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애정을 지니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와인 애호가의 경우 자신이 구매하는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미각 등을 보유하고 ”단순히 마시고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즐기고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 와인을 구매한다.  다시 말해, 트레이딩 업을 하는 소비자는 해당 제품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사는 것이다.

 

트레이딩 업과 농식품 마케팅

 

최근 트레이딩 업에 대한 국내 관심이 꽤 높아졌고, 이를 농식품 마케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급 유기농식품만을 판매하는 소매체인과 유기농 차와 기능성 음료 등을 판매하는 카페 체인 등을 꼽을 수 있다.

 

트레이딩 업을 이용한 농식품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골 소비층을 유지할 수 있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전략 중의 하나이다.  특히 중국산 등의 저가 농식품과 고급 수입 농식품들이 각각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트레이딩 업을 이용한 농식품 마케팅은 국산 농식품 판매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레이딩 업을 통한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꼭 사고 싶은 제품을 개발‧판매해야 한다.  즉 단순히 비싸서 구매하는 소비자와는 달리 해당 상품을 좋아해서 구매하는 트레이딩 업 소비자들은 매우 까다로운 선택 기준을 지니고 있는데, 이 기준의 첫 번째가 실질적으로 대중품과 다른 품질 또는 특성을 지녔는지의 여부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마켓 포지셔닝(Market positioning)을 위해 소비자의 구체적인 욕구(Needs)를 파악한 다음, 이를  기술적으로 제품에 실현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일단 새로 출시된 상품이 소비자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적인 애착”을 유발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의 탄생 배경이나 관련 정보 등의 이야기꺼리를 제품 포장이나 홍보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서 그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단골 고객 관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시장에 출시된 상품이 성공적인 매출실적을 보이면 곧이어 유사품 내지는 아류작들이 시장에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게 되어 초기의 독점적인 시장적 지위가 사라지기에 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전략(특허나 상표권 등의 신청)과 지속적인 후속 상품의 개발 노력을 병행하여야 한다.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보다 똑똑해졌고 자기 주관이 강해졌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쉽게 지갑을 열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싼 것을 찾는다.  그러므로 이제 어중간한 품질과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는 농식품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수 밖에 없다.  보다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마케팅과 상품 개발이 농식품산업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