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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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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노령화에 대응한 농업생산체제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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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의식
KREI 논단| 2007년 12월 14일
황 의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농업생산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농업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영세소농구조인 우리농업의 단점을 고려하여 수확 후 출하단계의 규모화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인식 하에서 산지유통혁신에 중점을 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산지유통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농업생산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산지유통의 기능강화도 어렵다. 농산물 생산이 다각화되어야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출 수 있고, 안정적 공급을 위한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생산기반이 확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생산의 효율화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이 농업인의 고령화이다. 전업농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령농가의 비중이 높은 상태이다. 농가인구의 3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이고, 향후 농업농촌의 고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농업인이 포함된 농업생산구조에서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마련하지 않으면 농업 경쟁력을 제고하기도 어려울 듯하다.

 

과거 소농체제에서 농업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협업농 모델이 제시된 적이 있다. 협업농은 이론적으로만 효과적이라고 제시되었고, 현실 적용에서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영세소농을 포함한 농업생산의 효율화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이 때문에 전업농 육성을 위한 고령농가의 은퇴를 촉진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영세소농, 고령농가가 여전히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건을 고려하여 볼 때 고령농가를 포함한 농업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즉 새로운 농업생산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집락영농이니, 지역농협이 출자한 생산법인이니 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산모델이 도입되고 있다. 마을단위가 생산법인을 결성하여 하나의 경영주체가 되고, 기존 농가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체제이다. 마을단위로 영농계획을 수립하고, 젊은 영농인력이 영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구조이다.

 

일본에서와 같이 마을지구별로 법인을 결성하여 고령농가도 참여하는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농업생산의 규모화도 추진되어야 한다. 고령농가는 농지 등 생산기반을 법인에 출자 혹은 장기 임대하고, 시장가격에 의해 노동력을 공급함으로써 고용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운영주체를 분명히 설정하는 것, 즉, 법인을 결성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농가는 출자 이익과 함께 제공한 농업노동력의 노임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농지 활용과 노동력의 활용이 분리된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과거 협업농체제와는 다른 형태의 생산방식이다.

 

농산물 생산에서도 수도작 위주의 단순한 작부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작부체계로 전환하여 노동력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모든 농가가 동일한 작목을 동일하게 생산하여 동일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를 탈피하여, 새로운 작물을 도입함으로써 작물재배의 포트폴리오를 추구하고, 전체적인 위험관리를 제고하는 방안이 된다. 수익성이 낮은 작목을 포함하여 다양한 작목을 함께 도입한 영농계획을 추진하면 전체적으로 위험을 축소하고, 공급능력을 다양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작목의 수익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영농계획에서의 위험과 수익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작물의 도입도 가능해진다. 이는 새로운 지역농업 생산방식을 정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농업생산방식의 도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하므로 정책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정부의 실패가 크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지역단위에서 적합한 모델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단위에서 농업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선택하여 추진하는 지역농업 리더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지역농협이 중심이 되어 마을단위의 생산법인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고령농가 간 합의도출이 어렵고, 영농 및 판로계획의 수립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농협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역농협이 출하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농업의 생산 효율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n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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