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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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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의 사회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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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섭
KREI 논단| 2007년 10월 16일
김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진 종이나 타일을 여러 개 붙여서 하나의 형상으로 만든 미술작품이 모자이크다. 각각 다른 하나하나가 모여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는 만큼 그 모자이크 의 가치가 커진다. 뜬금없이 모자이크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지금 농촌 지역사회에서는 그 인적 구성 또는 사회통합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촌 인구 과소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좁은 땅 덩이에 농사짓고 사는 인구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이후에는 농업 인력의 고령화와 청년 농업인의 부족이 문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여성 농업인들이 농업노동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가사노동까지 감당해야 하는 고된 현실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농촌 인구 과소화는 비단 농업노동력 수급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인 차원의 다른 문제들을 낳고 있다. 지금 많은 농촌 지역공동체들이 종래에 유지해오던 자치적 복지기능의 소멸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얼마 전에 고향 마을 어르신들께서 회의를 했다. 해마다 열 몇 분이 돌아가시는데, 상여를 멜 젊은 사람이 없어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 한 두 명이 매번 초상을 치를 때마다 상여를 메다보니 정작 본인의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두 손을 다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초상이 나면 마을 공동체 전체가 관심을 갖고 장례를 함께 치르고 마을 공동 재산인 꽃상여에 시신을 모시고 산소자리까지 가던 오랜 전통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는 납골당에 모시든지 외지에서 사람을 사서 장례를 치르든지 각자 집안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농촌 마을 주민들이 상부상조하여 관혼상제를 치루는 일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농촌지역의 읍․면사무소 소재지에는 ‘의용소방대’라는 것이 있다. 소방공무원을 정식으로 채용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군청이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주민들이 자원봉사의 형태로 운영하던 소방활동 조직이다. 이 의용소방대가 운영이 안 되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또 농촌 마을이 비어 가면서 절도나 빈집의 무단 점유 등 치안과 관련된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문제는 마을 공동체에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모자이크를 만들 색종이나 타일 조각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 조각들을 조화롭게 합칠 수 없을 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우리 농촌 지역사회는 그 구성 면에 있어 중대한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증가하고, 2세들도 출생하고 있다. 시․군 단위로 보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경제활동 인구의 비율이 농업 인구 비율보다 훨씬 높은 곳이 많다. 또 소수이기는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나름의 가치관을 갖고 귀농하는 인구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은퇴한 도시민들이 노후 생활을 위해 전원 풍경을 갖춘 농촌에 와 정착하려는 수요도 크다. 도시 근교 지역에서는 거주만 농촌마을에서 하고 가까운 도시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청장년층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촌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복잡한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농촌 지역사회의 인적 구성이 복잡해질수록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들이 각기 저마다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도시 근교 지역에 가면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 새로 이주해 온 이와 원래부터 마을에 살고 있던 주민들 사이의 관계가 소원한 곳이 많다. 마을 회의 때에도 함께 모이지 않거나, 한 동네 살면서도 애경사를 전혀 같이 하지 않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새로운 구성원들이 정착하면서 ‘농촌사회는 생활공동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주로 가사노동을 담당하면서 농사일을 조금씩 거들었던 농촌의 여성들 중에는 이제 농가 경제를 도맡아 책임지는 경영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당당한 경제활동 주체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지역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촌 여성들의 권익이나 사회적 지위는 그들이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비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낯선 나라로 들어 와 사회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생활 또한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그 2세들이 자라났을 때 우리 농촌 지역사회는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인가?

 

농사일을 그만두고 거동이 불편할 정도에 이른 노인들을 농촌 지역사회가 보살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과거에는 한 동네 사람들이 조금씩 눈에 안보이게 서로 돕고 사는 전통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 농촌 마을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어느 사회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의 규범이나 관행이 생겨나고 안정된 모습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를 기다리기에는 우리 농촌 지역사회가 당면한 변화의 파도가 급하고 거세지 않은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서로 섞여 지내게 될 가까운 장래의 우리 농촌 지역사회에서는 그만큼이나 많은 사회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바로 지금이 그 문제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정책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그 정책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다양한 계층이 조화롭게 한 폭의 모자이크 그림을 그려가며 살 수 있는 농촌 지역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깔려 있어야 한다. 장래의 농촌 지역사회가 다양성과 공동체 정신이 조화를 이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여러 세력들이 다투거나 외면하는 장소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고민과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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