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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값 폭등과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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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명환

경향신문 기고| 2007-10-04
성 명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무역자유화와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시장개방 확대는 대세이고,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시장개방의 명분 아래 농업에 대한 관심마저도 소홀해진다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더라도 우리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고 있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통해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세계 식량수급 및 가격은 더욱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세계 곡물생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 곡물가격은 옥수수를 필두로 콩, 밀 값이 연쇄적으로 급등했다. 선진국의 바이오 에너지 정책, 개도국의 높은 경제성장 등에 의해 곡물 수요가 항구적으로 늘어난 반면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등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제 곡물시장 구조도 일부 수출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국제 곡물수급을 조절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더라도 곡물 수급 및 가격의 불안정 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간 자유무역협정 역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례를 멕시코에서 찾을 수 있다. 멕시코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싼 값으로 옥수수를 도입함으로써 멕시코 내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싼 값에 들여오던 미국산 옥수수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옥수수 값이 폭등하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옥수수로 만든 멕시코의 주식인 토티야 가격이 3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식량 폭등을 경험했던 러시아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최근 수출되는 밀에 높은 수출세를 부과하여 수출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전세계적으로 곡물 및 식품 가격의 급등으로 개발도상국들은 심각한 사회 불안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가 농업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국내 곡물시장이 국제 곡물시장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시장의 변화 추이를 살펴볼 때 앞으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곡물 수입국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잖아 다가올 식량확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 무역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농업의 다원적 기능 등 비교역적 관심 사항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논쟁이 중심에 식량 안보가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농지의 보전과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 우리의 주식인 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서 생산성이 높은 우량 논을 최대한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논의 공익적 기능, 환경보전, 농촌경관, 홍수방지, 토양유실 방지, 수자원 확보 등 논의 다원적 기능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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