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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도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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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정섭

농업에 대한 도전 극복할 수 있다 [2007-04-30]

농민신문 19면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농업협상에서는 수출국이 공격하고 수입국이 방어한다. 무역협상은 시장을 더 여는 방향으로 진행되므로 협상이 타결되면 수출국은 항상 뭔가를 챙겨가고, 수입국 농민은 부담을 지게 된다. 따라서 수입국 협상대표는 그 결과를 이해 당사자인 농민에게 설명할 때 힘이 든다. 열심히 협상한 대가로 상대국이 요구한 ‘높은 수준’ 대신에 ‘중간’ 또는 ‘낮은 수준’의 개방을 달성했더라도 개방은 진전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거대 경제권과의 FTA(자유무역협정)는 ‘중장기 과제’로 삼던 것이 불과 2~3년 전이다. 그런데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중 FTA 공동연구도 시작되었다. 쌀에 대한 관세화 이행이 2015년으로 예정된 것까지 감안하면 농산물시장 개방은 1980년대 말부터 양파껍질 벗기듯이 지속돼 거의 최종 단계를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시장 개방은 관세의 즉시 철폐 또는 점진적 인하와 저율관세 쿼터의 제공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값싼 농산물의 수입이 늘고, 경쟁이 심화되어 농가소득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무역자유화는 일부 부문의 피해를 무릅쓰고 국가 경제의 이익을 추구하므로 그 과정에서 혜택을 보는 산업이 생기고 소비자 잉여가 증가하는 한편, 농업과 같이 피해 분야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협상은 ‘피해 분야에 대한 보상’이라는 암묵적인 합의를 전제로 한다.



실제로 피해 보상의 원칙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 농가수와 농업 비중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시장 개방의 효과를 따로 분리해 내고 모두가 수긍할 만한 보상규모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생산 감소액을 기초로 논의하여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그동안 유지된 보호벽이 낮아짐에 따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확보한 관세철폐 기간은 각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시장을 차별화하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마케팅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신선도가 중요한 농산물, 부피가 커서 수송이 어려운 품목, 해외시장에 수출되고 있는 농산물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용이한 품목이기 때문에 품질 관리와 시장 확대가 중요하다.



최근 들어 농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언론에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농업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줄었지만 절대적인 중요성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협상 타결 결과를 기초로 피해보상과 농업발전 대책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현 시점에서 일방적인 농업 비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제퍼슨은 ‘건강한 가족농은 민주사회의 근간’이라고 하였다. 우리 농업이 시장경제에 편입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러나 우리 농민들이 급변하는 시장여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소비자와 정부의 몫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농업을 전적으로 시장원리에 맡기고 있는 나라는 없다.



시장 개방의 높은 파고를 헤쳐 갈 주체는 농민들이다. 한·미 FTA의 본질은 경쟁 심화인데, 경쟁의 주체인 농민의 사기가 높을수록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농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만들고 힘을 합칠 때이다. 농업은 결코 ‘걸림돌’이나 ‘밑 빠진 독’이 아니며 균형 발전에 중요한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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