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농촌체험은 도시농업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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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 신동헌 | |||
왜 급작스런 도시농업일까? 무슨 숨겨진 매력이라도 있는 것인가? 도시농업은 단순한 1차 생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씨 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는 우리집 밥상문제를 뛰어넘어, 교육·문화·외교·복지·환경·노동·의료·어린이·노인의 문제까지를 넘나들면서 치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무한대 산업의 가능성이다. 미국의 대통령 부인 미셸의 텃밭힐링, 텃밭외교는 너무나 유명하다. 백악관 텃밭에서 어린이를 불러 농촌체험을 나누고 이곳에서 생산한 채소로 외국 국빈들을 맞이한다. 특히 우리는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 속 농촌체험 가능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서울청룡초등학교(교장 황명운)는 독특한 도시 속 농촌 모델학교다. 학교 안에서 종합 농촌체험교육이 행해진다. 이를 통해서 어린이 식교육과 인성교육은 덤으로 크게 얻는다. 3월 텃밭에 거름을 주는 일부터 모종심기, 벌레잡기, 물주기, 풀 뽑기, 관찰일기 쓰기, 그리기, 글짓기, 발표하기, 함께 비빔밥 나누기가 연이어 진행된다. 어린이 1작목 가꾸기는 어린이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1학년은 고추, 2학년 가지, 3학년 방울토마토, 4학년 강낭콩, 5학년 토마토, 6학년은 고구마를 나누어 심었다. 이 덕에 엊그제 보라색 꽃을 만들었던 가지 꽃은 벌써 소시지만한 가지를 세 개씩이나 만들어 냈고, 손가락만한 고추는 몇 차례 학교급식 식탁에서 이용되었다. 전교생 690명 모두가 참여하는 모내기와 탈곡행사를 통해서 벼의 일생을 관찰하고, 김장담그기 체험에서 어린이들은 우리의 전통 먹을거리를 이해한다. 지금 학교 텃논에는 생태계가 한창 형성 중이다. 파란 개구리밥과 함께 나비들이 수시로 교감하며 산다.
동물체험을 즐기는 학교도 있다. 대구의 파동초등학교(교장 류민하)는 송아지, 염소, 닭, 거위, 토끼 등이 운동장 한편 놀이방에서 어린이들과 교감한다. 특히 지난 5월 유학 온 7개월 된 누렁이 한 마리는 최고의 친구다. 수시로 만져보고 가까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어린이들에게 주어진다. 먼 농촌풍경으로 보면 누렁이 한 마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 누렁이 한 마리가 주는 농업적 가치는 각별하다.
지금까지 농촌 아니면 안 되었던 농촌체험이지만 농업계는 생각을 전진시켜 오히려 도시 속 농촌체험의 가능성 여부를 논의해 볼 시점에 있다. 접근성에서 우선 도시 속 농촌체험은 쉽고 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원거리를 오가는 거리의 문제성과 그간 농촌체험이 보여준 정형화된 프로그램의 한계성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보완해줄 수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1일 일회성 체험으로 지속적이며 계획적인 교육형식의 농촌체험과는 좀 거리가 있다. 농촌이란 공간에서 벼를 딱 한 번 베었다고 해서 농촌체험이 완성될 수 있을까? 누렁이를 농촌에서 한 번 본 것으로 누렁이의 정서에 공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지금도 기억하는 농촌체험은 모심기, 알밤 줍기, 떡메 치기 등등으로만 기억 속에 존재한다. 도시 속 농촌체험은 비록 작은 규모지만 작물 생태계 전 과정을 수시로 체험함으로써 농업이 지닌 본래 최고의 다원적 가치실현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인성교육에 주목한다. 아이들이 날로 착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현장 선생님들의 증언이고 대구파동초등학교는 수년째 왕따 없는 '학교폭력 0' 학교이다.
농민반대가 유독 심했던 자유무역협정(FTA)이란 족쇄가 아니더라도 농업이란 건 참 어렵고 힘들고 정책적으로도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산업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라 했던가? 누차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농업도 농정도 긴 호흡의 도시 속 여행이 필요하다. '보리를 심는 마음'의 도시여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속 농촌체험'은 도시농업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농촌으로 향하던 일방적 농정의 방향이 이제 도시 속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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