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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속에서 국민식탁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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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내일신문 기고 | 2012년 7월 11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열흘 전만 해도 고온과 가뭄으로 온 나라가 근심이더니 지금은 장마와 홍수가 또 걱정이다. 가뭄 뒤에 집중호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기상재해의 빈도가 잦아졌다. 더구나 지난해 홍수는 물론 얼마 전 겪은 가뭄은 모두 모두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00여년만에 겪는 가장 심한 재해인 데다 국지적으로 나타나 예측이나 대응이 어렵다.

 

  생물을 다루는 농수산업의 경우 씨앗을 뿌리고 작물을 가꾸어 수확하기까지 자연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봄철의 냉해와 가뭄에 이어 여름의 홍수와 태풍은 한반도에서 농사를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농업인들을 괴롭혀 온 숙명 같은 재해이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00년만에 겪은 가장 심한 재해

 

  그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로 한발빈도 10년 이상 수리안전답이 63%, 용·배수로 구조물화율 40% 등 논의 경우 어느 정도 생산기반을 정비하였으나 밭의 기반정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는 기상이변 앞에서는 안정적인 농수산물의 생산이 어렵고 수급과 가격 불안 등 국민 식탁이 위태로워지게 된다.

 

  정부도 기후변화 대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말 '농식품산업 기후변화 대응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생산력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재배 확대, 아열대 소득작목 개발, 국내 식량생산 예측과 주산지별 기상예보 등 농업경영에 필요한 정보제공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년도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요구안에는 가뭄이나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저수지 둑 높이기 등 생산기반지원 예산이 1조 3000억 원이나 줄었다. 지난 2011년 예산 심의과정에서도 수리시설 개보수, 배수개선, 다목적 용수개발 등 관련 사업비가 대폭 삭감된 적이 있어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속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우리 농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지 참으로 염려된다.

 

  '안전한 농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농수산업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 목표와 함께 장기적인 생산기반 정비 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포함할 내용으로 우선 급한 것은 지역별·계절별로 정확한 기상예보와 품목별 병충해나 질병 발생정보 등을 제공해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산지별로 저장 및 유통 시설을 확충하여 과잉 생산 시 이를 저장하고 부족할 때 공급하는 수급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기상이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천후 영농조건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는 10년 빈도가 아니라 20~30년 빈도의 가뭄에 견딜 수 있도록 수리시설의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원예작물 재배지역은 배수기준을 30년 빈도 이상의 수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식품수급 상황을 고려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논밭 전환이 가능하도록 논에 대한 배수시설과 밭에 대한 관수시설을 보강하는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2010년 9월 배추값이 평년가격 대비 5.9배나 급등

 

  이와 함께 불가항력으로 입은 재해를 복구하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재해보상제도와 농작물보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 제도는 그동안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 온 만큼 보상기준을 현실화하고 농작물보험의 내실화를 통해 재해로부터 생산자를 보호해야 한다.

 

  기상이변으로 국내 농수산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격이 폭등한다. 2010년 9월 27일 배추 값이 평년가격 대비 5.9배나 급등한 것이 한 예이다. 배추가 아닌 쌀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서둘러 외국농산물을 수입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어찌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허리끈을 졸라매서라도 국민의 식탁만은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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