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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경제권과의 FTA, 신중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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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농수축산신문 시론 | 2012년 7월 9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우리나라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의 협상은 거대 경제권과 맺는 FTA의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과의 FTA는 벌써 발효 1년을 맞았고, 미국과의 FTA도 발효 100일이 지났다. 다행히도 이러한 거대 경제권 국가들과의 FTA 발효가 아직까지는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농식품부 보도자료 2012. 6. 29. 등).

 

  유럽연합과의 FTA 발효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농업부문 영향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예상한 대로 FTA로 인해 양국 간의 교역이 늘었고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은 24% 증가한 반면 수출액은 6% 증가에 그쳤다. 특히 냉동 돼지고기 수입 물량은 46%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으로 인한 국산 돼지고기 공급 감소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은 평년 대비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따라서 수입으로 인해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경우 발동되는 피해보전직불 제도는 시행되지 않았다.

 

  한·미 FTA의 경우 발효 100일이 지난 현시점에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관심품목들의 수입량 변화를 살펴보면, 오렌지를 제외하고 수입이 크게 증가한 품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 미 FTA에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었던 쇠고기 수입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BSE)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고 있다(발효 기간인 올해 3∼5월과 전년 동기간을 비교할 때). 미국으로부터 돼지고기 수입은 미국 이외 국가로부터의 수입 증가, 2011년 무관세 수입쿼터 증량 분의 시장 출하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수입 증가가 두드러진 품목은 오렌지로 관세감축 폭이 컸고 할인행사 등이 겹치면서 수입량이 증가해 참외, 딸기 등 국내 과채류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미 발효된 거대 경제권과의 FTA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중요한 품목의 관세철폐 기간이 10년 이상 장기로 설정된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밖에 FTA 이행에 따른 시장개방 요인 이외에 국내외 수급 상황의 변화, 동물 질병이나 식물 병해충 발생, 환율 변동 등 FTA에 따른 시장개방 효과 이외의 요인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개방 폭도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미리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야흐로 복지와 분배가 성장보다 우선시되는 시대이다. FTA와 같은 시장개방 정책은 경쟁을 촉진시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간, 계층 간 분배의 불균형과 양극화 등의 문제를 악화시키게 된다. 중국과의 FTA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맺은 다른 어떤 FTA보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한 · 중 FTA가 우리사회의 분배 문제와 균형발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협상 방향과 타결 시기 등이 결정돼야 한다. 이미 체결된 FTA의 이행과정에서도 분배와 균형발전을 고려해 보완대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땡볕 아래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FTA 반대 시위를 하는 농어민들을 볼 때 더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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