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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학교 통폐합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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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기고 | 2012년 6월 29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육과학기술부는 5월 17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촉진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별 교육청과 각계로부터 항의와 비판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선 수정안을 14일 발표했다. 수정안은 학교급별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시·도 교육감이 이를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 통폐합시 지원금을 초등학교 30억원(현행 20억원), 중·고등학교 1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함으로써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는 의지는 그대로 담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학교 통폐합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학생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촌은 물론이고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학교도 학생수가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의 경우 사정이 전혀 다르다. 도시 학생들은 학교가 없어져도 한두정거장만 더 가면 다른 학교에 갈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면단위 학교마저 없어지면 훨씬 먼 읍내 학교로 가야 한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이 수십㎞가 넘는 길을 통학하는 것은 안전상으로나 정서상으로 문제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통폐합의 문제점을 몇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학교 통폐합은 교육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헌법에도 모든 국민(학생)은 어디에 살든지 교육을 받을 권리와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 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오지에 사는 학생이든 낙도에 사는 학생이든 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인데, 학교 통폐합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농촌 학교가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도시 학교는 땅값이 비싼 요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지역사회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 반면 농촌의 작은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심체 역할을 하며, 농촌의 인구를 떠나지 않게 하고 귀농·귀촌 인구를 유인하는 기능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셋째, 타 부처 정책과의 엇박자다. 지난 정부부터 지역균형발전은 주요 국정과제다. 이를 이루는 방안 중 하나는 귀농·귀촌 등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 귀농·귀촌을 지원하고 있고, 인구가 줄고 있는 지자체들은 도시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학교 통폐합 정책은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과 배치되며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넷째, 초·중등 교육과정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이 내세우는 것은 ‘창조적 인간상’이다.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과정 개정을 추진중이다. 작은 학교는 창의적 재량활동과 인성교육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이다. 성공사례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단기적 효율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발전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학교 통폐합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획일적인 학교 통폐합을 지양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교육자치가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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