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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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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경제지주 접목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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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성재
KREI 논단 | 2011년  10월 10일
 박 성 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소득을 높이고 권익 보호를 위해 운영하는 사업체인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회사와는 다른 운영원리를 갖고 있다. 매출수입에서 비용을 제한 수익을 이윤이라 하지 않고 잉여라 하며, 그 잉여는 미래를 위한 적립금과 출자 조합원에 대한 출자배당, 조합 이용 조합원에 대한 이용고배당으로 분배된다. 주식회사가 주주에 대한 배당과 사내유보로 끝내는 것에 비해 복잡하다. 출자배당도 시중예금 이자율 이하로 할 것을 권장하여 조합에 자본을 제공한 출자자보다 사업 이용자 조합원에게 더 인센티브를 주는 유인체계를 갖고 있다.

협동조합은 시장경쟁을 위한 주 무기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다. 여럿이 모여 거래량을 키움으로써 거래 교섭력을 높이고 사업관리비용을 줄인다. 판매조합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구매조합은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가능한 많은 조합원이 사업에 참여하고 이용해주는 것이 사업의 규모를 키워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 된다.

협동조합의 원칙인 민주적 운영방식도 조합사업에 많이 참여하게 하는 유인이다. 주식회사에서는 누가 많은 자본(주식)을 갖고 있느냐가 의사결정을 지배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누구나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여 공평한 1인 1표의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제대로 사람대우를 받으면서 협동의 이익을 누릴 수 있으니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고 그로 인해 사업은 더 번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장점이 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바로 소유권을 가볍게 취급한 부작용이다. 조합에 필요한 자본조달에 기여한 출자자보다 이용자 조합원을 우대하니 자본조달을 어렵게 하고 조합의 편익만 누리려는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조합과 조합사업에 무관심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조합원이 늘어 조합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민주적 운영 방식도 사업에 필요한 신속한 의사결정, 결단, 통제력 등의 요소를 취약하게 할 수 있다. 이사회, 대의원회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은 더디고, 서로 책임을 미루려다 시기를 놓친다. 통제력이 약해 무임승차자를 효과적으로 배제하지 못하여 전체 조직의 약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러한 약점은 협동조합으로 하여금 주식회사 방식의 접목을 시도하게 했고, 오늘날 많은 조합에서 주식회사 자회사를 두어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의 도입은 주인인 조합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 이익은 협동조합의 이념과 운영원리에 따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우리 농협은 종합농협으로 50년을 성장해오면서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만한 성과를 적잖이 냈다. 그러나 조합원의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사업이 미진하여 결국은 종합농협을 포기하고 전문농협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중앙회의 경제사업은 내년 3월부터는 판매농협을 지향하는 경제지주로  거듭나게 된다.

경제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우려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지주회사가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에 치중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자회사를 자본으로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지시형 기업문화가 상향식인 협동조합 문화와는 충돌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경제지주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잘 구성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경제지주는 협동조합의 사업성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지주회사는 회사운영에서 효율성을 발휘하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조합원의 상품을 높은 가격에 팔아주고, 구입하는 자재와 생활용품을 더 낮은 가격에 사줄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이득이 조합원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며 회사만의 성장이나 그 임직원의 보수를 높이자는 것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러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그에 대한 방안 마련이 급하다 하겠다. 협동조합적 사업방식의 단점인 신속하지 못한 의사결정과 약한 통제력을 보완하고 무임승차자 문제를 제거하면서, 효율적인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효과적으로 조합원에게 배분하는 협동조합의 운영 메커니즘을 접목해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지배구조의 구축과 소프트웨어의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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