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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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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산업으로 농업에 새로운 가치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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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익수
KREI 논단| 2011년 6월  7일
전 익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몇 년 전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출간한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은 미국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내용인즉, 현재 피 튀기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피바다’를 연상케 함)에서 눈을 돌려 아직 경쟁자가 없고 경쟁 룰도 갖춰지지 않은 그래서 선도자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틈새시장 등)을 찾아 수익을 올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재밌게도 블루오션전략이 출간되고 조금 지나 유사한 제목을 지닌 “퍼플오션전략”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중간쯤 되는 색상으로 묘사된 전략인데, 중심내용은 기존 현상에 대한 재인식 또는 재정의를 통해 재창조의 길을 모색하라는 내용이다.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새로운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재창조에 대한 주장이 우리 농업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 몇 자 적어 본다. 특히, 최근 생명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농업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은 일반적으로 재배업으로 식품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1차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1차 산업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식품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엥겔의 법칙에 따라 그 중요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시장의 규모가 한정되어 있고 해외수요와 같은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사양길로 접어들어갈 운명(?)에 처한 산업에 새로운 색깔(보라빛)이 더해지고 있다. 바로 농업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 또는 새로운 정의(definition)를 부여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철학적, 또는 운동(movement)적 의미가 아닌 산업적 의미로서의 새로운 움직임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대의 흐름(메가트렌드)과 함께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술간 융복합, 그리고 인구의 고령화 및 수명의 장수화와 함께 건강식품, 기능성 식품, 바이오의약 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새로운 산업에 원료를 제공하는 산업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농식품산업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식량생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의 원료산업으로 재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동식물, 미생물 등 생명자원과 이를 관리·활용하여 인간에게 유익한 부가가치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는 산업인 생명산업의 시장규모는 2008년 128조 6,597억 원으로 국내총생산(2008년 GDP 1,027조원)의 12.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농식품부 업무자료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분야가 이러한 생명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조 9,087억 원으로 전체의 88.5%를 차지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접목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자산업, 동물의약품, 기능성식품 산업 외에도 곤충, 반려동물, 관상동식물 산업 등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의 제품들에 내재된 기술들을 융복합하는 과정에서 대상이나 소재가 된 것들(동식물 등)의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팔각’이라는 나무종자에서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추출되었고, 누에고치는 kg당 2만 5천 원 정도이나 집중력과 학습력 향상 효과가 있는 ‘피브로인 BF-7’은 kg당 20만 원으로 부가가치가 8배나 향상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또는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들이 창조적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면서 우리 농업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농업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식량공급 산업의 고유 가치에 생명산업의 소재산업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더해져 농업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채권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세계지식포럼(2009년)에서 향후 20~30년간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농업을 꼽는가 하면,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나노공학, 우주산업과 함께 농업을 지목하는데는(2008년, Internaltional Agricultural Show) 이러한 농업의 잠재력과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일부 인사들의 장밋빛 환상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몇가지 필요한 일들이 있다. 우선 농업과 농정의 산업적 범위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고, 농정의 영역에서 이러한 생명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농관련산업보다는 1차 산업에 농정을 집중해 왔다. 국가경제에서 농업의 비중(2010년 GDP 기준, 2.3%)을 논의할 때도 주로 1차 산업에 한정하여 농업을 평가하였다. 이로 인해 농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점을 들어 산업적 중요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명산업의 소재산업으로서의 미래성장 가능성과 관련산업에 대한 유발효과를 고려한다면 농업의 미래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시점에 MB정부들어 식품분야가 농업분야에 들어오면서 농업분야의 전방산업인 식품산업이 농정의 핵심 축으로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이, 생명산업에 대해서도 전략적 관심과 육성이 필요하다. 최근 농식품부가 ‘농림수산식품 생명산업 2020+ 발전전략(2010.9.)’을 마련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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