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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산맥주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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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 2011년 5월 26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김포에서 ‘에너진(Energine)’이란 인삼쌀맥주가 탄생했다. 김포파주인삼농협이 2007년에 특허등록한 인삼쌀맥주는 까다로운 주류 관련 제도와 기술 및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9년 농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지정받아 제조시설과 시음관을 갖추고 인삼쌀맥주와 인삼흑맥주, 인삼밀맥주를 생산·판매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모일간지에 ‘인삼쌀맥주 위해 주세법개정 시급’이란 글을 쓴 적도 있어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김포 ‘인삼쌀맥주’ 등장 반가워

 

1933년에 처음으로 소개된 맥주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로 전체 주류시장의  47.2%인 3조5574억원이나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맥주시장은 오직 두 개 회사에서 장악해 왔는데 이는 맥주제조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발효조와 저장고 등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시설과 자본금 기준이 높아 중소업체는 엄두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2년 소규모 맥주제도를 도입해 하우스맥주업체가 늘었으나 외부판매를 금지하는 지나친 규제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인삼쌀맥주가 등장해 기대를 모으게 된 것이다.

 

지구상에는 약 2만종의 맥주가 있는데 보리향 외에도 곡물향이나 캬라멜향, 과일향, 허브향 등 여러가지 맛이 있고, 알콜도수도 낮은 것은 4도에서 높은 것은 8도까지, 다양한 색깔에 물 같은 맥주가 있는가하면 걸쭉한 맥주도 있다. 주로 차고, 가볍고, 톡 쏘는 맛의 라거맥주를 마셔 온 우리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맥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수입맥주와 하우스맥주 덕분이다. 새로운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호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주세법을 개정하고 맥주제조업 허가시 저장조의 시설기준을 1850㎘에서 100㎘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중소규모 맥주업체의 진입제한을 크게 완화했다. 아직 초기이지만 제주도와 순창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맥주공장 건립을 서두르는 등 지역맥주산업 활성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오미자·강화약쑥 맥주 등 준비 중

 

지역특산맥주의 가능성은 소규모 하우스맥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우스맥주란 독일의 여관겸 양조장인 게스트하우스브로어리(Guesthouse Brewery)의 준말로 한 때 150여개 업체가 허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50여개 업체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규모를 5㎘~25㎘로 제한하는데다 세원관리와 위생문제를 들어 동일 제조업자의 영업장에서만 판매하도록 규제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소매점 납품을 금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삼과 같은 기능성 소재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지역특산맥주의 제조는 하우스맥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경에서는 오미자로 만든 생맥주를 개발해 시판을 준비 중이며, 강화약쑥맥주와 담양대나무맥주 등도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특산맥주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맥주는 외국에서 들어 온 술이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이미 80여년으로 토착화되고 있다고 봐야 하며, 지역농산물의 소비촉진이란 점에서는 일반 식품산업이나 전통주와도 전혀 다를 수 없다. 또한 맥주는 저도·발효주이기 때문에 국민건강이나 음주문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고, 지역농산물을 기초로 1·2·3차 산업을 융복합화 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소득을 증대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전 세계에서 여러 가지 고급맥주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역특산주’로 지원 모색해야

 

전통주등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지역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술로 농식품부장관의 ‘지역특산주’ 추천을 받은 경우 전통주로 인정해 연구개발과 기술·경영지도, 자금지원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주세법에서도 소규모 전통주업체에 대해 일정규모까지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지원근거가 있는 만큼 지역특산맥주에 대해서도 이들 지원규정의 적용을 분명히 하고, 아울러 하우스맥주에 대한 외부판매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모처럼 싹이 돋는 지역특산맥주의 꽃을 활짝 피웠으면 좋겠다. 주류업체의 범람으로 품질저하와 과당경쟁, 국민건강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맥주는 어떤 술보다 알콜함량이 낮은데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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